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 강준만

튼씩이 2011. 6. 1. 14:13

 


 

“이래서 한국놈들은 안돼.”
극단적으로 편을 가르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정치권, 대형 건물의 공사기간을 여러 달 단축했다고 자랑하는 기업, 내 집값 올리자며 서슴없이 집값 담합에 참여하는 부녀회, 기러기 아빠로 지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중년남성의 뉴스 등을 접할 때마다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말이다. 한국인은 정말 이렇게 소속 집단의 간판 파워로 개인을 평가하려는 집단주의와 무엇이든 빨리하는 것이 최고라는 속도주의에 매몰되어 있을까? 또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 내에서만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고 “내 자식이 다른 집 자식보다 뒤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기이한 평등주의를 실현하려고 온 생애를 바치는 덜 떨어진 민족일까? 이것이 결국 나라의 운명을 위태롭게 할까?

강준만은 이 책에서 한국인의 민족성을 객관적이고 분명하게 파악해 ‘민족성ㆍ국민성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명암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이 작업이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더 넓게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기존 해외 홍보 수준 이상의,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한국학’ 정립을 시도한 것이다.

우선 방법의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문화정치학의 관점을 접목한 것이 신선하고 특징적이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듯 보이는 대한민국 민족성의 기원과 유형을 논리적으로 밝히기 위해 9가지 한국의 생활문화 양식(‘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장례’ ‘전화’ ‘대학’ ‘영어’ ‘혈서’ ‘간판’)을 엄선, 한국인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소통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한국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9가지는 한국인스럽게 대화하고 서로를 인지하는 대표적인 소통의 도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부정적인 모습 뒤에 긍정적 에너지를 감추고 있거나 긍정적인 모습 뒤에 부정적 에너지를 감추고 있기도 하다. ‘빨리빨리’에 길들어 매사 기초에 충실하지 못한 한국인의 이미지 이면에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달성하는 한국인의 저력이 숨어 있는 것처럼, 또는 휴대전화 강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 뒤에 어떤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지위고하를 섣불리 평가하는 못된 습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YES24에서 -



책 소개만 보고 우리나라 9가지 문화 - 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장례, 전화, 대학, 영어, 혈서, 간판 -에 대한 에세이 형식이라 생각하고 책을 구입했는데, 논문 형식의 글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딱딱한 편이었으나, 역사적인 기록과 사실을 기초로 설명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우리가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쳐 왔던 우리의 문화에 숨어 있는 배경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2011. 06.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