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신 고사성어 - 다다익선, 많으면 과연 좋은가?

튼씩이 2022. 9. 8. 12:53

다다익선, 너무나 익숙한 말이다. 이 성어를 한 번도 말해 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거나 견강부회牽强附會 같은 말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화 중에 쓰기가 난감하다. 누군가가 쓰지 말라고 만류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과연 좋은지. 적은 것보다는 많은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런가라고. 《사기》의 〈회음후열전〉이 ‘다다익선’의 출전이다. 한나라를 세워 한고조가 된 유방과 초왕楚王이었던 한신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한신은 고향인 회음으로 돌아와 회음후淮陰侯가 된다. (그러니 〈회음후열전〉은 ‘한신열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한신을 초왕으로 만든 유방이 세력이 커진 한신을 견제하기 위해 한신을 초왕에서 회음후로 격하시켰던 것. 유방은 한신과 더불어 당대 장수들의 등급을 매긴 적이 있었다. 유방이 묻는다. “나 같은 사람은 얼마나 이끌 수 있소?” “폐하께서는 10만 정도를 이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습니다.臣多多而益善耳” 다다익선은 한신의 입에서 나왔다. 유방은 웃으면서 다시 묻는다. “그런 사람이 왜 내게 사로잡혔는가?”라고. 이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신의 대답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폐하께서는 군대를 이끌 수는 없지만 장수를 거느릴 수는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폐하께 사로잡힌 까닭입니다. 또 폐하는 하늘이 주신 것이므로 사람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영리한 사람이다. 한신은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동시에 유방을 치켜세운다. 자신처럼 뛰어난 사람을 품을 수 있으므로 유방이 천하를 가질 수 있다는 식이다. 심지어 천하가 유방을 선택했다는 말까지 한다. 동시에 이 말은 언중유골言中有骨이기도 했다. ‘10만 정도밖에 군사를 이끌지 못하는 당신. 난 그 이상을 이끌 수 있다. 당신이 나를 써 준다면 당신은 나를 움직여 어마어마한 병력을 가질 수 있다.’라는 속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유방처럼 영리한 사람이 이 말을 알아듣지 못 했을 리는 없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충심 어린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섬뜩한 협박일 수도 있다. 유방은 어땠는가? 역사는 답한다. 유방은 한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를 믿었다가 결국은 버린다. 나는 한신이 ‘다다익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유방의 마음을 흔들었던, 한신의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군사’가 유방을 괴롭혔던 것이다. 권력자는 늘 의심이 많은 법. 그러니 많기만 하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인생이란, 참으로 이상하다.

 

다다익선 多多益善 多: 많을 多: 많을 益: 더할 善: 좋을 뜻풀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