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걸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headliner)'로 무대에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가 여러 매체에 보도되었다.
출처: YG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사들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살펴보면, 연관 검색어로 ‘헤드라이너 뜻’, ‘코첼라 헤드라이너 뜻’ 등이 뜬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 대다수가 ‘헤드라이너’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검색을 했다는 의미이다. ‘헤드라이너’는 여러 가수가 참여하는 공연에서 해당 일자에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가수를 뜻하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대체할 우리말로 ‘대표 출연자’를 선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강성곤 위원은 “출연진과 관련한 외래어 중 많이 쓰이는 말로 ‘엑스트라’가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역을 맡은 사람을 일컫는다”며 “국어원은 대체어로 ‘보조 연기자’ 또는 ‘보조 출연자’란 말을 제시해 지금은 이 말이 상당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방송이나 신문 기사를 볼 때 특히 매체 관련 용어는 이해하기 힘든 외래어보다는 듣기 쉽고 말하기 쉬운 우리말로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해외에서 열린 축제이기에 영어 표현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나, 한국으로 소식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순화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또 ‘헤드라이너’라는 말이 언급되었다.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과천 서울랜드에서 진행되었기에 코첼라처럼 해외 축제도 아니다. 고로 더더욱 ‘헤드라이너’라는 영어 표현보다는 ‘대표 출연자’라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게 맞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은 “대중문화에 과문한 탓인지 이번에 다룰 ‘헤드라이너’라는 단어를 보고는 공연문화와 관련된 표현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언제부터인가 ‘헤드라이너’라는 단어를 쓰면서 아예 아무런 우리말 설명을 붙이지 않은 기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미 모든 독자가 이런 단어의 뜻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거나, 문맥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데 여론조사 응답자 중 68.9%가 이 단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이며 ‘헤드라이너’를 우리말로 순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학 기술과 문화 산업이 발달할수록 외국어나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고, 검색을 하지 않으면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어려운 용어들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문해력 수준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문해력이 부족한 노년층은 더욱이 검색을 거쳐야만 완전히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에게 소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사에서조차 언어의 장벽을 느껴야 한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대체할 만한 우리말이 없어서 다른 나라 말이 한국어로 굳어진 것을 외래어, 한국어로 정착되지 않았으며 대체할 우리말이 있는 것을 외국어라고 한다. 요즘에는 외국어조차 외래어처럼 남용되고 있어 문제가 크다. ‘헤드라이너’, ‘엑스트라(보조 연기자)’, ‘카메오(깜짝 출연자)’, ‘게스트(특별 출연자)’ 등 ‘출연자’와 관련된 용어 외에도 여러 말들이 영어 표현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단어들을 우리말로 순화하기 위해, 순화된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해 특히 언론이 노력해야 할 때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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