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조어 ‘아트 테크(art tech)’의 뜻을 살펴보려면 먼저 ‘재테크’라는 단어부터 설명해야 하겠다. ‘아트 테크’의 풀이말에 ‘재테크’라는 표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트 테크’는 예술 작품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 주로 작품을 구입한 후 되팔아 이익을 남기거나 저작권으로 수익을 올린다(출처: 우리말샘).” 즉, ‘아트 테크’의 어원이나 구성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 말이 곧 ‘재테크’인 것이다.
‘재테크’란 용어는 1986년 처음으로 우리 언론에 등장했다. <동아일보>가 일본 기업의 자산 늘리기 전략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재(財)테크란 일본 특유의 조어...(중략) 재무전략에 대한 테크놀로지를 줄인 말인데 쉽게 풀이하면 재산을 늘리는 테크닉”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렇듯 처음에는 기업의 자산증식 기술, 그것도 주로 일본 기업에 국한해서 쓰인 말이었다. 그런데 점차 일반 가정에서 재산 불리는 방법을 일컫는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되었고, 표준국어대사전에까지 올랐다.
그 이후, ‘재테크’도 아닌 ‘테크’만 붙여 특정 분야의 자산 관리나 투자 방법을 설명하는 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집테크, 주(住)테크(집이나 부동산을 이용한 재테크)’, ‘주얼리테크(보석 투자)’, ‘금 테크(금 투자)’ 등이 그것이다. ‘아트 테크’도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아트 테크’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2006년 7월 <한경비즈니스>의 “미술품 경매시장도 해외에서 한국 작가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높은 수익성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눈’ 밝은 이들은 이미 ‘아트테크’에 발을 들여놓았다”라는 기사에서다. 이후로 ‘아트 테크’는 ‘아트 재테크’라는 말과 함께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각 단어의 뜻만 살펴봤을 때 적절한 조어라 할 수 없다. ‘테크’는 ‘테크닉, 혹은 테크놀로지’의 줄임말로, 단어 자체에 ‘재산 관리’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의 개념을 담은 ‘재(財)’자가 삭제된 ‘아트 테크’ 역시 뜻만 보면 ‘예술(관련) 기술’이라는 의미다.
실제 2007년 <파이낸셜 뉴스>에서는 ‘아트 테크’를 ‘예술(관련) 기술’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 건설업계의 저작권 트렌드는 단순 디자인보다는 모방이 어려운 기술과 예술성을 결합한 ‘아트 테크(Arttech)’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라는 보도가 그것이다.
현재 이 용어의 쓰임새만 보자면 ‘아트 테크’보다 ‘아트 재테크’가 더 적절한 표현이겠지만, ‘재테크’ 역시 한자어와 영어를 결합한 일본식 조어로 권장할 만한 단어가 아니다. ‘재테크’ 자체가 순화의 대상이다.
따라서 새말 모임에서는 ‘아트 테크’를 대신할 우리말로 ‘예술품 투자’라는 새말을 선보였다.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1992년에 ‘재테크’를 ‘재산 관리’ ‘이재(理財)’로 순화해 소개한 바 있고, ‘재무 기술’이라는 대체어도 쓰이고 있으니 이를 먼저 활용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투자’라는 표현에 미치지 못했다. ‘투자’가 훨신 쉽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는 의견이 있었던 데다 글자 수도 두 자로 단출하다. 이전에 ‘리셀 테크’라는 신조어를 ‘재판매 투자’라는 새말로 다듬어 발표한 전례도 참고가 되었다.
한편 다소 어렵고 낯선 표현이지만 ‘재테크’라는 뜻을 충실히 살려 ‘예술품 이재’라는 후보 말도 함께 여론조사에 붙여보았으나,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예술품 투자’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음으로써 ‘아트 테크’를 대체하는 새말로 최종 결정되었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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