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청소년과 성인들의 문해력 문제가 제기되었다. 지난 2020년 8월 광복절이 토요일이었던 바람에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사흘’이라는 단어가 실검 1위를 기록한 바가 있고, ‘금일까지 과제 제출’을 ‘금요일’까지 제출로 오해한 사연도 있었다. 또, ‘심심한 사과’의 ‘심심’을 ‘하는 일 없이 지루하고 재미없음‘으로 이해한 사례도 있다. 사실 이런 논란은 문해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어휘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해력으로 잘못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해력은 무슨 의미일까? 윤준채 교수는 ‘문해력의 개념과 국내외 연구 경향’에서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의 해독 능력과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읽기 능력을 말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성인 문해 능력 조사’에서는 문해력을 “가정, 일터 등 일상생활에서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 및 활용하고, 지식과 잠재력을 넓힐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두 견해를 종합해 보면,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성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이해 및 활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과연 ‘문해력 저하’의 사례로 적합할까? ‘문해력’의 정의를 잘 살펴보면, 이는 문해력보다는 어휘력의 예시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서영아 국가문해교육센터장은 이를 ‘소통력 저하’의 문제로 본다. 단순히 어떤 특정한 단어를 알고 모르는 것으로 문해력을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단어를 알게 되는 시기가 다르므로 단어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가 문해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출처: 한국방송(KBS) 유튜브 영상 캡쳐
2023 6월, 케이비에스(KBS)에서는 ‘아나운서와 함께 배우는 KBS 한국어 2023년 6월 - 구하자! 위기의 어휘력’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단어를 정리해 주는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은 먼저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퀴즈 형식으로 ‘금일’, ‘심심한’, ‘사흘’을 다루고, 이어서 예시 대화 상황을 상정해 ‘중식’, ‘미정’, ‘고지식’ 등의 의미를 해석한다.
이비에스(EBS)에서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을 조사하기 위해 <당신의 문해력+>라는 테스트를 만들었는데, 검사지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글과 자료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동산, 주식, 휴대전화 요금제, 근로수당, 쓰레기 분리배출 등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15문항이 만들어졌다. 아래는 실제 테스트 문항이다.
이 외에도 교육부에서 공개한 2022 교육과정 시안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 국어 교육 시간을 34시간으로 늘린다. 해당 시안은 2022년 12월 22일에 확정되었다. 또, 대구시 교육청에서는 문해력 돋움학교를 운영해 실제로 문해력이 높아지는 성과를 얻었다.
일상을 무리 없이 해나가는 데 어휘력과 문해력은 필수적이다. 많은 단어를 알고 있다면 자연스레 문해력도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제기되는 문해력 논란은 단어를 아는 쪽과 모르는 쪽의 생각 차이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단어를 아는 사람은, 각자 아는 단어가 다르고 시기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뜻을 알려주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한심해하고 조롱한다. 반면에 모르는 사람은 쉬운 말 두고 왜 어려운 말을 쓰냐면서 언성을 높인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양쪽의 입장이 갈려서 문해력 논란이 커진 면도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문해력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므로, 단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문해력이 낮다고 볼 수 없다.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차근히 알려주고, 모르는 사람은 배우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현재와 같은 문해력 논란은 점차 가라앉을 것이다. 앞서 다룬 케이비에스(KBS)와 이비에스(EBS)의 콘텐츠나, 학생들의 교육 시간을 늘리고 특정 교육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해력과 어휘력은 단순히 한 연령층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을 위한 교육으로도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10기 김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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