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우표이야기

한국의 옛 건축(정자) 기념우표

튼씩이 2024. 4. 18. 08:55

조선 시대 건축물은 자연경관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도록 지은 것이 특징이며, 이는 성리학적 정신세계가 반영된 것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한국의 옛 건축(정자)’ 기념우표에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정자 4곳을 소개합니다.

 ‘봉화 청암정’은 조선 중기 정치가인 충재 권벌의 종택 서쪽에 있는 정자로, 연못 한가운데 거북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16세기 사대부들은 관직에서 물러나면 심신의 수양을 위하여 집 주변이나 명승지에 정자 형태로 개인 거처를 짓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가거(家居)라 하였고, 봉화 청암정은 이러한 사대부의 가거적 주거문화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경주 독락당 계정’은 조선 중기 성리학자인 회재 이언적이 벼슬에서 물러난 뒤,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자리를 잡고, 사랑채인 독락당 안쪽 깊숙한 곳에 지은 별채입니다. 독락당 계정은 계곡 쪽으로 쪽마루를 내고 계자난간을 설치해 주변의 물, 바위, 나무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언적은 독락당과 계정 주변의 자연을 정원으로 삼아 심신을 수양하면서 조정으로 복귀할 때까지 이곳에서 성리학 연구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담양 송강정’은 조선 중기 학자이자 정치가인 송강 정철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인 담양군 창평면 성산에 와 있을 때 머물렀던 곳입니다. 당시에는 ‘죽록정’이라는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후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이후 정자를 세우고 이름을 송강정으로 지었습니다. 송강정은 팔작지붕의 정자로, 자연경관을 모든 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마루를 두었습니다. 무성한 노송과 참대에 둘러싸여 앞으로는 죽녹천이 흐르는 조망 좋은 이곳에서 정철은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지었습니다.



 ‘달성 삼가헌 하엽정’은 사육신 중 하나인 충정공 박팽년의 11대손 박성수가 1769년 자신의 호를 따서 삼가헌을 짓고, 이후 후손에 의해 지어진 별당입니다. 삼가헌은 지을 당시 초가 형태였으나 1826년 초가를 헐고 안채와 사랑채를 지으면서 흙을 많이 퍼낸 자리에 연못을 만들어 연을 심고 ‘연꽃잎의 정자’라는 뜻으로 하엽정이라 하였습니다. 원래 서당으로 쓰던 곳으로 ‘파산서당’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하엽정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입니다.



 우표 변지에서는 20세기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으로 선정된 ‘강릉 선교장 활래정’을 볼 수 있습니다. 전지에는 활래정 안에서 내다본 모습을, 소형시트에는 밖에서 바라본 전경을 담았습니다. 이번 기념우표의 정자들을 직접 방문하실 경우, 개인 소유의 문화재이므로 성숙한 관람 문화를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