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팔리지 않은 옷 불태우기, 심각한 환경오염

튼씩이 2026. 5. 10. 17:36

기후위기의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선진국 여러 나라들의 정책과 환경단체 등의 활동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가운데 의류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율은 항공산업과 선박운송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양이다.

 

유명한 청바지 회사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의 대표적인 제품인 ‘501 청바지’ 한 벌이 생산되고 유통과 소비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폐기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33.4kg이다. 이러한 양은 자동차가 110km 거리를 달리는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고 한다. 옷을 많이 생산할수록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발생하게 되며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옷이 날개다”라는 속담이 있다. 좋은 옷을 입으면 사람이 품위 있게 보인다는 뜻이다. 서양에는 “옷이 사람을 만든다. / Clothes make the man.”라는 격언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옷,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사람의 욕망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전국의 만13살~59살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01년 조사에서 “옷을 잘 입어야 대접받는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73.5%였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자가 74.1%로 나타나 15년 전과 견주어 거의 변화가 없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옷을 사고 소비한다. 유행이 빨리 바뀌면서 사람들은 유행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새 옷을 산다. 닳아서 못 입어 옷을 버린다는 것은 1950년대 이야기다. 살이 쪄서 몸에 맞지 않거나 유행이 바뀌면 사람들은 옷을 버린다. 2005년 무렵부터 옷값이 싸지고 옷을 빠르게 예쁘게 만드는, 이른바 패스트패션(빠른소비 패션)이 유행하면서 버리는 옷은 더욱 많아졌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옷은 1,000억 벌인데 해마다 버려지는 옷은 33%인 330억 벌이라는 통계가 있다. 옷을 버리지 않고 9달 더 입으면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25%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기후 위기 활동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2003년 생)는 18살 생일을 맞아 “이제부터 새 옷을 사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의 옷장에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얼마나 많은가 세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이 1년에 8~16벌의 옷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20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옷을 산 뒤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은 12%를 차지했다. 미국인의 옷장 속에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20%가 된다고 한다. 영국인들이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의 비율은 30%에 달한다고 한다. 해마다 약 1억 벌 이상의 옷이 꼬리표도 떼지 않은 채 매립지로 향한다고 한다. 엄청난 자원 낭비이자 심각한 환경오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간 80만 톤의 폐의류 가운데서 수출되는 양은 26%, 재활용되는 양은 13%에 불과하고 51%는 일반 생활폐기물과 함께 버려진다. 인도, 페루,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되는 옷도 추적 조사해 보니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7월 영국의 BBC 방송은, 명품 옷 생산업체인 버버리(Burberry)가 2017년 한 해에 의류 악세서리 등 2,869만 파운드(한화로 약 422억 원) 상당의 재고 상품을 불태웠다고 보도했다. 왜 비싼 명품을 태웠을까? 재고 상품이 도난당하거나 싸게 판매되면서 상표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한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그린피스의 한 관계자는 “버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패션 산업의 더러운 비밀이다.”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반환경적인 의류 소각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졌다. 한겨레21이 2025년 10월에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로부터 국내 패션 회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입수했다. 각 기업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 부문(옛 제일모직)은 2024년에 129톤이나 되는 재고 의류를 불태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삼성물산은 빈폴, 로가디스, 갤럭시 등 고급 의류 브랜드를 만든다. 삼성물산은 명품 옷이 팔리지 않으면 상표 이미지의 하락을 막기 위하여 싸게 파는 대신 불에 태우는 것을 선택하였다. 삼성물산과 거래한 소각 업체는 경기도의 평택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재고 불태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2024년 소각량이 늘어난 것은 이상고온현상과 판매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마지막으로 연평균 불에 태우는 재고는 생산량의 1%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재고 의류를 불에 태우는 것은 삼성물산만이 아니다. 2022년 방송대상을 받은 한국방송(KBS) 환경스페셜 (2021년 7월 1일 방송)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자. 국내 의류 매출 상위 7대 기업을 대상으로 미판매 재고 의류 처리 방식을 묻자, 네 곳은 불에 태운다고 답했고, 한 곳은 공개 불가, 한 곳은 응답 거부, 한 곳은 소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불태워지는 옷 (출처: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화면 갈무리)

 

명품 브랜드의 재고 의류 소각이 문제가 되자 유럽연합은 “지속할 수 있는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 (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대기업은 2026년 7월부터, 중소기업은 2030년부터 미판매된 소비재의 폐기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22대 국회에서 민주당 김태선 의원 등이 의류 재고 폐기 금지 그리고 의류기업이 폐기물처리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개정 법안을 발의하였으나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돈 들여서 만든 옷을 돈 주고 태워버리는 기이한 일이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의류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명품 시장은 전 세계적인 소비 둔화 속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명품 소비는 1인당 325달러로 세계 제1위이다. 2위는 미국인의 280달러, 3위는 중국인의 55달러이다.

 

명품 소비 세계 제1위는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다. 명품 소비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취향이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는 부러움과 위화감을 가지게 한다. 명품 옷은 실용성보다는 과시성이 강한 소비재이다. 종교 지도자들은 사치스러운 옷을 경계하였다.

 

한경직 목사(1902~2000)는 “목사는 너무 좋은 옷을 입거나 좋은 차를 타서 교인들에게 위화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였다.

 

법정 스님(1932~2010)은 “비단옷을 걸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귀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겉치레보다는 내면의 풍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우리 스스로 먼저 가난해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몸소 낡은 옷과 구두를 수선해 신는 등 청빈한 삶을 보여주었다.

 

종교인들에서부터 꼭 필요한 옷만 사서 오래 입는 실천 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