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제5237호) 겨레의 슬기로움과 맷돌

튼씩이 2026. 5. 10. 17:29

혼자일 때에는

   차가운 돌덩이에 불과했지만

   그대가 나를 다듬고 품어준 날부터

   두꺼운 껍질을 깨어

   고운 떡가루 만들어내는

   맷돌이 되었습니다.

 

위는 김인환 시인의 시 <맷돌> 일부입니다. 맷돌은 곡식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 때나 물에 불린 곡식을 갈 때 사용하는 기구입니다. 흔히 한 사람이 손잡이를 돌리고 다른 한 사람은 아가리(구멍)에 곡식을 넣습니다. 그러나 맷돌이 크고 갈아야 할 곡물이 많을 때는 맷손잡이(매손)에 가위다리 모양으로 벌어진 맷손을 걸고 두세 사람이 노를 젓듯이 앞뒤로 밀어가며 갈기도 합니다.

 

▲ 암맷돌과 숫맷돌이 같은 중부지방 맷돌(왼쪽), 위와 아래의 크기가 다른 남부지;방 맷돌

 

그런데 우리나라 맷돌은 중부와 남부 두 지방의 것이 다릅니다. 중부지방의 것은 위쪽 곧 암맷돌과 아래쪽 숫맷돌이 같고, 둥글넓적하여 맷돌을 앉히기가 좋은 매함지나 멍석을 깔고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남부의 것은 숫맷돌이 암맷돌보다 넓고 크며 한쪽에 주둥이까지 길게 달려서 매함지나 매판을 쓰지 않지요. 맷돌의 크기는 매우 다양하여 작은 것은 지름 20㎝에서 큰 것은 1m가 넘는 것도 있습니다. 일반 맷돌보다 곱게 갈 수 있는 맷돌은 풀매라고 부릅니다.

 

다만, 알아야 할 것은 맷돌에도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숫맷돌은 고정하고 위의 암맷돌을 돌리는데 이때 원심력이 생기며, 이 원심력과 함께 달팽이 모양의 홈이 파인 암맷돌 밑 부분을 통해서 곡물이 바깥으로 쉽게 밀려 나가게 했습니다. 또 둥글게 만든 것은 바람을 통하게 하여 열이 생기는 것을 막고, 식물성 물질을 변질 없이 잘 으깨지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