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년(순종 9)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엮은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의 책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혼돈병(渾沌餠)”이라는 낯선 이름의 떡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떡은 먹으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떡인가요? 아니면 정신 차리고 빚어야지 잘못 빚으면 이상한 떡이 된다는 것일까요? 아마도 이 떡은 보통 떡보다 배로 손이 가고 재료와 과정이 복잡하여 음식 솜씨가 좋은 사람도 잘못 빚을 수 있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일 것입니다.

▲ 임금 생일에 꼭 올랐다는 떡 ‘혼돈병’(출처,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 《규합총서》)
혼돈병은 찹쌀가루에 꿀, 승검초(당귀가루), 계핏가루, 후춧가루, 말린 생강, 황률(말려서 껍질을 벗긴 밤), 굵은 잣가루 같은 재료가 들어갑니다. 이 떡은 안칠 때 떡 모양을 보시기 크기로 하나씩 떠낼 수 있게 소복하게 한다고 하여 ‘봉우리떡’이라고도 하며, 소를 넣고 뚜껑을 덮어 안쳐 그 모양이 그릇 ‘합’과 같다고 하여 ‘합병’, 썰어 먹지 않고 도독하게 하나씩 먹는 떡이라는 뜻으로 ‘후병’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릅니다.
1766년 나온 《증보산림경제》에도 ‘혼돈병’이라는 떡 이름이 나오지만, 만드는 법이 ‘메밀가루를 꿀물에 타서 죽처럼 만들어 질항아리에 넣고 입구를 봉한 다음 겻불 속에 묻는다’라고 되어 있어 《규합총서》의 것과는 다른 떡입니다. 임금 생일에는 빠짐없이 올라갔다는, 떡들 가운데서도 가장 희귀한 궁중떡이라는 “혼돈병”, 보기 어려운 참 귀한 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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