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토박이말 연구에 바치다 지난 2018년 세상을 뜬 고 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은 장마가 지나 볕만 쨍쨍 내리쬐는 더위를 ‘무더위’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짚었습니다. “장마가 지나 습기가 없이 한창 더울 때는 ‘한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하거나 더욱 뜨거우면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라고 해야 올바른 우리말이 된다.”라는 것입니다. 때가 마침 초복ㆍ중복ㆍ말복 사이라면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라고 할 수 있지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무더위’라는 말은 한마디로 ‘물+더위’ 곧 ‘물’과 ‘더위’가 함께 어우러졌다는 뜻으로 생긴 낱말입니다. ‘무더위’는 ‘물더위’에서 ‘ㄹ’이 빠져 ‘무더위’가 된 것으로 후텁지근한 느낌을 줍니다. 더워서 땀이 나기도 하지만 습기 때문에 축축하기도 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마철처럼 습기가 많아 후텁지근한 더위일 때 ‘무더위’라는 말을 써야 하는 것이지 강렬한 불볕더위를 무더위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뜻이지요.

▲ ‘무더위’는 습기가 많아 '후텁지근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더위다.(그림 이무성 작가)
여기서 더위를 나타내는 말들을 두 종류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장마철에 습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는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입니다. 이 가운데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이 상상되는 가마솥더위는 견딜 수 없을 정도지요. 그런가 하면 장마철이 지나 습도는 높지 않고 그저 몹시 심한 더위는 된더위, 한창 심한 더위를‘한더위라고 합니다. 또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볕만 뜨겁게 내리쬐는 마른 더위, 강더위가 있으며, 더욱 정도가 더 심한 게 불더위, 불볕더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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