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죽선
선풍기와 에어컨이 나오기 전엔 더위를 쫓는 일등공신은 역시 부채였습니다. 부채는 가지고 다니기가 편리함은 물론 선비들에게는 체면치레용으로 부녀자에게는 장식품으로도 활용되었지요. 19세기 학자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에는 황해도 재령 등지에서 나는 풀잎으로 엮어 만든 부채인 팔덕선(八德扇)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채의 여덟 가지 덕은 곧 맑은 바람을 일으켜주는 덕, 습기를 없애주는 덕, 깔고 자게 해주는 덕, 값이 싼 덕, 짜기 쉬운 덕, 비를 피하게 해주는 덕, 볕을 가려 주는 덕, 옹기를 덮어주는 덕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가지고 다니기 편리한 쥘부채, 즉 합죽선은 아주 유용한 물건입니다. 여름 더위가 막바지 기승입니다. 이럴 때 이웃에게 부채 바람을 선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지에 달력을 선물하는 것과 함께 여름에 부채 선물하는 것을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하는데 《영조실록》 40권(1735)을 보면 ‘여름철의 부채와 겨울철의 책력은 그 수량이 많은지 적은지를 비교하여 헤아려야 한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절기에 맞는 선물을 주되 실용성이 곁들인 여름부채와 겨울 달력은 받는 이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선물일 것입니다.
'지난 게시판 > 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11일 - 여름의 벗 부채 셋, 쌀 한 섬 값이었던 부채 (0) | 2018.07.11 |
---|---|
7월 10일 - 여름의 벗 부채 둘, 여덟 가지 공덕의 부채로 덕을 쌓다 (0) | 2018.07.10 |
7월 8일 - 오늘은 누룽지 날, 부모님 생각하며 누룽지를 먹습니다 (0) | 2018.07.08 |
7월 7일 - 소서 때는 새각씨도 모 심어라 (0) | 2018.07.07 |
7월 6일 - 한여름 시골집 마당에 펴던 멍석을 아시나요 (0) | 2018.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