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7월 10일 - 여름의 벗 부채 둘, 여덟 가지 공덕의 부채로 덕을 쌓다

튼씩이 2018. 7. 10. 14:46

하로동선(夏爐冬扇), 곧 “여름에 난로, 겨울에 부채”란 말처럼 부채는 겨울에는 쓸모가 없지만 <고려도경>을 보면 “고려 사람들은 겨울에도 부채를 갖고 다닌다”라는 구절이 있을 만큼 우리에게는 부채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단오 명절을 맞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것이 세시풍속이기도 했구요. 그러나 부채는 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을 얻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부채는 그림을 그려서 감상하기도 하고, 얼굴 가리개로도 씁니다.


 

특히 부채는 활짝 폈다가 접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이끄는 용도로 쓰이는데 판소리 공연 중 편지 읽는 대목에서는 편지가 되고, 노를 젓는 대목에서는 노가 되며, 톱질하는 대목에서는 톱이 됩니다. 심봉사가 어린 심청이를 안고 다닐 때는 심청이가 되기도 하는 고도의 상징성을 띠는 물건이지요. 일제강점기인 1928년 7월에 펴낸 잡지 ≪별건곤≫ 14호에는 <붓채와 애첩>이라는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붓채를 가지고 官職(관직)의 有無(유무)를 구별하고(전일에 관인이나 기생 이외에는 붓채에 선초를 달지 못하얏다) 婚喪(환상)의 의례에도 써서 녀름 이외의 다른 철에도 장가가는 어엽뿐 신랑은 桃紅扇(도홍선)을 가지고 상제(喪人)는 布扇(포선)을 가지며 얼시고 좃타하고 굿을 하는 무당과 선소리 광대와 줄타는 광대는 彩色扇(색채선)을 가지고 늴늬리쿵 하고 춤을 추는 기생은 花草扇(화초선)을 가진다. 그리하야 자연 붓채의 수용도 만흐며 따라서 붓채의 제조술도 발달이 되고 종류도 또한 만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