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던 아이들은 장난으로 “하늘 천 따 지 깜 밥 눌은 밥” 또는 “하늘 천 따 지 가마솥에 누룽지”라고 했다지요? 누룽지는 별 군것질 거리가 없던 옛날 아이들에게는 귀중한 먹을거리였으며, <동의보감>에는 누룽지를 취건반이라고 하여 약으로도 썼습니다. 누룽지는 북한 문화어로는 ‘밥가마치’인데 전라도에서는 ‘깜밥’, 강원도 정선에서는 ‘누렝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룽지와 눌은밥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밥을 지을 때 물의 정도에 따라 떡밥, 고두밥, 된밥, 진밥, 누룽지가 나오지요. 여기서 누룽지는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을 이르는 말인데, ‘눌은밥’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불린 밥을 이릅니다. 물이 안 좋은 나라 가운데 중국은 차가, 독일은 맥주가 발달했지만 우리나라는 온 나라에 좋은 물이 나기에 누룽지에 물만 부어 먹어도 탈이 없었으며 숭늉은 최고의 음료수로 즐겼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국적불명의 ‘데이’에 몸살을 앓는 요즘 아들딸들에게 누룽지를 긁어 주시던 어머님의 따뜻한 손길을 떠올리며 효를 실천하자는 날 ‘누룽지데이’가 생겨 신납니다. 우리도 매월 8일 하루 만이라도 누룽지를 즐기며 부모님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누룽지데이보다는 누룽지날이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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