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뜨덤뜨덤 2

튼씩이 2016. 10. 27. 13:40

아름다운 우리말

2016. 10. 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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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답장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의 답장을 허락을 받고 공유합니다.

정말 정겨운 풍경이네요.
아침에 아빠랑 감을 따먹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막내 따님은 참 복덩이입니다.

우리 회사 후배도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아서 학교에서 선생님이 불렀답니다. 아이가 키도 작고 이해력이 늦다고.
‘괜찮다고, 아빠 키가 매우 작고, 집에 TV도 없고, 공부를 따로 시키지 않아서 늦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아이가 늦는 것에 대하여 크게 신경 써 주시지 않아도 된다고.’ 답을 하고 왔다네요.ㅋ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가 지적인 호기심이 있어서,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해주네요. ㅎㅎㅎ

아이가 돌 때쯤, 2년간 미국에 있다 와서인지, 아이가 크면서 한글보다 오히려 알파벳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 걸 알고,
호주 할머니(영어 강사ㅋ)가 집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오도록 하여,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여럿이 만들기나 놀이를 하며 영어공부를 자연스럽게 시키고.
TV가 없는 집에서는 아빠가 늘 고전을 읽고 있으니,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가 논어를 읽고 있다고, 놀란 이 엄마가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커피숍에 가서 논어를 읽고 오더라구요.
집에 가서 아이랑 얘기할 때, 막히면 안되니까, 아이보다 먼저 읽어야 한다며. ㅎㅎㅎ

주변에는 혁신 초등학교가 있어서 많은 부모들이 불법으로 주소를 이전해서라도 (부동산에서 30만원에 주소지를 다 옮겨준다고 해요.ㅠ) 혁신초등학교를 보내려고 하는 대세에 따르지 않고,
인원이 점점 줄어서 총 학생 수가 200명인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는 지극히 정상적인 이 엄마를 보노라면 참 즐겁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한다고, 한 시간씩 놀아주고, 땀이 흠뻑 젖은 채 출근하고, 6시면 무조건 집에 달려가려는 이 후배.
아이를 이렇게 즐겁게 키울 수 있다니!

아이를 돌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짐으로까지 생각하는 젊은 부모들이 많은데, 이 친구는 참 독톡해요.
박사님의 글을 읽을 때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사는 느낌이 제 가슴에까지 물씬 전해져 옵니다.

고맙습니다.
그 행복함을 글로라도 나누어 주셔서~~
오늘도 내내 행복하세요~~
권ㅇㅅ 올림

고맙습니다. ^^*

아래는 2010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하늬바람]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식구와 같이 예전 사장님 농장이 있는 제천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오기 싫을 정도로 좋은 곳이더군요.

이제 가을이라고 봐도 되겠죠?
가을이면 서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서쪽에서 불어오니 서풍이라고 하지만, '하늬바람'이라는 멋진 낱말이 있으니 이를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하늬바람에서 '하늬'가 서쪽을 뜻한다는 분도 계시고,
크다는 뜻의 하다가 바뀐 거라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높은 산을 하늘로 보고, 하늘 쪽에서 부는 바람이라서 하늬바람이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말뿌리를 잘 모르는 그냥 제 생각입니다. ^^*

가을에 부는 바람이니 가을바람이고,
이 가을바람을 줄여 갈바람이라고도 합니다.
옷깃을 날릴 정도로 솔솔 불기에 '솔바람'이나 '실바람'이라고도 하며,
늦더위를 씻어주기에 산들바람, 선들바람이라고도 합니다.

시원한 하늬바람 맘껏 들이켜시고
오늘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