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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0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가르치다]
안녕하세요.
아침 회의 때문에 편지가 좀 늦었습니다. ^^*
우리말에 가르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낱말을 모르시는 분은 아무도 안 계실 겁니다.
이 '가르치다'가 실은 제 일터에서 나왔습니다. ^^* '가르치다'는 농업에서 온 낱말입니다. '가르치다'는 '갈다'와 '치다'를 합친 낱말로 밭을 갈거나, 돌을 갈거나, 가축을 치듯 정성껏 자식이나 학생을 키우는 일이 바로 '가르치다'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가르치는 교육이란 사람 마음속에 있는 밭을 잘 갈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죠.
아시는 것처럼 농사는 때맞추어 땅을 파고 부드럽게 흙을 갈거나 고르고, 거기에 씨앗을 뿌리고, 움이 트면 북을 돋우고, 거름을 주고 김도 매어 주고... 이런 모든 일이 가르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이런 정성이 필요한 작업은 집안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래서 자식농사라고 했나 봅니다.
영어로 농사는 agri-culture입니다. 여기서 culture는 경작의 뜻도 있지만, 교양, 문화라는 뜻도 있습니다. 곧, 밭을 가는 것이 곧 세상사 삶의 방식이고, 그것이 곧 인류의 문화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농업을 다루는 제 일에 저는 크나큰 자부심을 품고 삽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