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에 거행하던 대나례(大儺禮)를 복구했다. 당초 인조(仁祖) 15년(1637) 난리 뒤에 허비가 많은 것 때문에 임시로 정했었다. 이때 이르러 임금이 《주례(周禮)》와 《오례의(五禮儀)에 규정한 예전(禮典)》를 상고하여 관상감(觀象監)이 그전의 제도대로 복구하도록 명한 것인데, 다만 방상씨(方相氏)가 쓰는 종이 가면(假面)을 나무로 대신한 것은 비용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
▲ 12월 2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송년공연 ‘나례(儺禮)’ 포스터
이는 《숙종실록》 24권, 숙종 18년(1692) 12월 18일 기록입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12월 27일(수)부터 29일(금)까지 사흘 동안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송년공연 ‘나례(儺禮)’(연출 박동우)를 선보인다고 하지요. ‘나례’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날 밤 궁중과 관아, 민간에서 묵은해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태평한 새해를 맞이하고자 고려부터 조선까지 700여 년간 행해졌던 의식입니다.
나례는 한 해의 맨 마지막 섣달그믐에 어린아이들 수십 명에게 붉은 옷을 입히고, 붉은 두건을 씌워 궁중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행사의 시작이지요. 《숙종실록》에 나오는 ‘방상씨’는 대체로 눈이 네 개인 형상의 가면을 쓰고 귀신을 쫓는 사람을 일컫는데 이 방상씨 가면을 쓴 사람이 관상감(觀象監)에서 준비한 북과 피리로 연주하면서 붉은색 차림의 어린아이들을 쫓아냈습니다. 이것이 조선 시대의 신년 음악회인 셈입니다.
▲ 고궁에서 발견된 국가민속문화재 방상씨탈(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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