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메이킹(match making)’은 한 가지 말로 다듬기가 쉽지 않은 용어다.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우리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전상의 뜻부터 보자. <우리말샘>에는 ‘대결 상대를 정하는 일’이라는 풀이가 올라있다. 영어사전에서는 ‘중매, 경기를 성사시키기’ 혹은 ‘(경기의) 대진표짜기’라고 설명한다(YBM사전, 동아프라임 사전). 한편 국립국어원의 새말 모임 회의 자료에는 ‘대화나 사업 등에서 상대방을 정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매치 메이킹’이란 말은 운동이나 게임 경기, 중매에도, 사업상 용어로도 두루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온라인 미팅 상품을 소개한 2000년 <머니투데이> 기사에서다. “000는 개인정보와 이상형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매칭률, 폴 매칭, 일대일 채팅, 실시간 쪽지 프로그램 등 자사 서비스 중 일부를 제공하기로...(중략) 또한 최근 자사의 매치메이킹 기반 채팅 솔루션 ASP 제휴를 맺었다.”라는 이 기사는 매치 메이킹에 대한 우리말 설명을 따로 붙이지 않았다.
영어권에서 이 말이 가장 자주 쓰이는 분야는 역시 연애나 결혼 중개다. 콜린스 영어사전이나 위키피디아에도 1순위 의미로 남녀 간의 연결이라는 뜻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음 기사 용례와 같이 기타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중략) 산업 정책과 기술력이 뛰어난 해외 기업을 한국에 소개하는 국가별 세미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기업 간 매치 메이킹 행사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기술 협력 파트너 발굴을 지원할 계획이다.”(<정보통신신문>, 2023년 10월)
한편 운동이나 게임 경기에서도 이 말은 자주 눈에 띈다. “할로웨이와의 대진은 정찬성에게는 ‘꿈의 매치’지만...(중략) UFC의 ‘형편없는 매치 메이킹’이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팬 반응을 전했다”(<일간스포츠>, 2023년 6월)라는 기사가 그 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맥락에서 쓰이는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는다면 어떤 표현이 맞춤일까. 우선 언론에서 기존에 사용한 우리말 표현을 보면 매치 메이킹을 ‘명사+명사형’으로 완전 대체한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산업 분야에서는 ‘비즈니스 짝짓기’(<매일경제> 2005년, <연합뉴스> 2006년)라 표현하고, 게임과 운동경기에서는 ‘상대결정’(<조이뉴스> 2009년)과 ‘대전상대 찾기’(<인벤> 2010년)로 표기한 정도다.
대신 ‘실력에 맞는 상대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업체와 업체를 연결해주는’, ‘운명의 데이트 상대를 연결해준다는’,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주는’이라는 수식을 통해 용어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매치’와 ‘메이킹’을 따로 떼어놓으면 그 쓰임새는 더욱 다양해진다. 그래서 다듬은 말도 각양각색이다. ‘컬러 매치(color match)→ 색 배합’, ‘타이틀 매치(title match)→ 선수권전’, ‘매치 포인트(match point)→ 끝내기 점수’, ‘페이스메이킹(pacemaking)→ 속도 조절’,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 이미지 만들기’ 등 예시만 봐도 새말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치 메이킹’을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 모임의 고민도 이런 ‘다양성’ 때문에 빚어졌다. 중매나 산업 분야를 놓고 보면 ‘상대 연결’, ‘짝 맺기’가 적절하겠으나 경기나 시합에는 쓰기 어렵지 않을까. ‘상대 찾기’는 산업 분야에서 스스로 사업 동반자를 물색하는 경우에 쓸 수 있겠으나 타인이 상대를 연결해주는 중매나 경기에서는 어쩐지 사용하기 마땅치 않다 등, 한 분야에선 적절한 우리말 표현이 다른 분야에서는 다소 부적합한 경우가 속출했다.
여러 논의 끝에 중매나 기타 산업 분야, 시합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쓰일 수 있을 법한 ‘상대 결정’, ‘상대 정하기’와 함께 ‘상대 연결’, ‘짝 맺기’도 후보로 올렸고, 그중 ‘상대 결정’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최종 우리말로 선정되었다.
한편 ‘매치 메이킹’의 이용 사례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2022년 한 게임 전문지가 보도한 기사를 발견했다. 그해 프랑스 문화부가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진 이(e)스포츠 용어를 자국 언어로 바꾸라고 업계에 명령해 화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매치 메이킹’은 ‘선수들 간 짝짓기(appariement de joueurs)’라는 프랑스어로 대치되었다.
이 용어는 모든 기관과 매체 등에서 강제적으로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는 의무적으로 받아들여 모든 공무원이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프랑스의 조치는 유효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미지수이지만, 정부의 굳은 의지와 결단력 있는 조치만큼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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