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청룡도(靑龍圖)’ 그림이 있는데 이는 새해 초 궁궐이나 관청의 대문 등에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붙였던 것으로 여겨지는 그림입니다. 새해를 맞아 나쁜 것을 막고 복을 지키기 위해 그린 이런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하는데 대문에 많이 붙이기 때문에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畵)라고도 합니다.
▲ 세화 ‘청룡도(靑龍圖)’, 종이, 세로 222.0cm, 가로 217.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세로 222.0cm, 가로 217.0cm의 큰 그림으로 구름 속에 몸을 틀며 하늘로 오르는 용의 모습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몸체를 윤곽선으로 나타낸 다음 먹이 밖으로 번지는 모양으로 주위를 처리하였지요. 섬세한 필선으로 그려져 먹구름 속을 나는 용의 표정에는 위엄이 있으며, 그 아래 굽이치는 파도의 물결이 배경으로 처리되어 이 작품을 그린 화가의 뛰어난 솜씨를 보여줍니다. 색을 약간 칠하였으나 수묵 위주로 그렸습니다.
궁궐에서는 이런 세화를 도화서(圖畵署)에서 그려 골고루 나눠주었습니다. 조선 초기에 도화서에서 그리는 세화는 해마다 60장가량이었는데 중종 때에 이르러서는 신하 한 사람당 20장씩을 내렸을 정도로 많은 양을 그렸습니다. 이를 위하여 임시로 고용된 차비대령(差備待令)이 각각 30장을 그릴 정도였습니다. 김매순의 《열양세시기》를 비롯한 많은 세시풍속 책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세화(歲畵)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세화는 궁궐에선 용을 많이 그렸지만, 일반 백성은 귀신을 잘 쫓는다는 닭과 호랑이를 비롯하여 해태와 개를 주로 그려 붙였습니다. 특히 삼재(三災)가 든 해에는 매 그림을 대문에 붙여서 집안에 들어오는 재앙이나 액(厄)을 막으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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