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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 정해연

튼씩이 2024. 1. 5. 09:25

 

출판사 리뷰

 

호구 잡히기 십상이라는 말로 평생 놀림받아온 명준은 오직 현재만 보고 사는 단순한 사람이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픈 딸 희애뿐. 수술을 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는 상황에 절망한 명준 앞에, 3년 전 일언반구 없이 사라졌던 희애 엄마 혜은이 나타난다. 희애의 수술비를 위해 부잣집 딸 로희를 유괴하자는 제안과 함께. 범죄는 안 된다며 극구 거부했지만, 로희는 사실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리는 가엾은 아이로, 무사히 돌려보낸 후 몰래 신고해주면 아이를 도와주는 셈이라는 말에 설득되어 결국 범행을 실행한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일까. 실수로 로희를 차로 치고, 사고 후유증으로 아이는 기억을 몽땅 잃고 만다. 아빠냐고 묻는 로희에게 엉겁결에 그렇다고 대답한 명준은 서둘러 아이를 집에 돌려보내고자 부모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는다. 답답한 명준은 직접 찾아가는데, 그들은 전화를 받지 않은 게 아니라 받을 수 없었다.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부부. 경찰이 살인범과 유괴범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초조한 명준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희가 그의 어설픈 거짓말을 꿰뚫고 명준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명준과 로희는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어른과 아이라는 대비가 명확한 관계인 듯하지만 명준이 단순하고 어리숙한 반면 로희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영민한 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위치가 전도된다. 사건을 추적하는 중에 아빠와 딸을 연기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성은 다시 바뀌는데, ‘아빠’라는 호칭을 부르는 것마저 낯선 가정에서 자란 로희가 딸 바보 명준의 다정함을 무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나를 죽이는 것도, 나를 살리는 것도 가족”이라며 가족의 중요성을 말한 작가는 『유괴의 날』을 통해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한국 사회를 풍자하고, 유괴범과 유괴된 피해 아동인 명준과 로희의 기묘한 유대를 보여줌으로서 진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