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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이 인생에 필요한가요?” 기피 학과가 된 국어국문학과

튼씩이 2024. 4. 11. 16:21

 

학령 인구가 감소하며 학교 경영에 위기를 느낀 많은 대학이 지난 몇 년간 정원을 감축하거나 학과를 통폐합했다. 이때 정원 감축과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학생들의 지원이 적은 비인기 학과였다. 국어국문학과도 그런 비인기 학과 중 하나였다.

여러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하거나 다른 과와 통폐합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목원대의 국어국문학과와 경남대의 한국어문학과는 문을 닫았으며 강남대 국어국문학과는 영어영문학과와 한영문화콘텐츠학과로 통합되었다. 조선대 국어국문학과는 한문학과와 통폐합되어 국어국문학부 국어국문학전공과 고전번역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최근 교육부가 2025년부터 무전공 입학제를 시행할 것이라 밝히며 몇몇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를 비롯한 비인기 학과들이 학과 통폐합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 무전공 입학 제도란 학생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무전공 입학을 선택하면 전공을 정하지 않은 채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무전공 입학 비율이 늘어나면 다른 학과의 입학 비율은 줄어들 것이고, 이후 무전공 입학한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때가 되면 인기 학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그러면 비인기 학과의 학생 수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어국문학과 등 비인기 학과의 학생 수가 이미 부족했던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을 고려해야할 상황이 될 것이다.

비인기 학과 중엔 실용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닌 학과가 많다. 학과를 이수해도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순수 학문을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다. 국어국문학과 역시 취업이 잘 안되는 학과로 유명하다. ‘국문과는 굶는 과라는 농담이 인터넷 등지에서 돌아다닐 정도이다. 대학이 학문 연구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장소가 되어가는 현재,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보다 실용적인 학과로 진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대학이 학생들이 찾지 않는 학과의 정원 감축과 통폐합을 진행하는 것도 학교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이들의 사고의 근간이 되는 언어, 한국어와 그 한국어로 쓰인 문학에 대해 다루는 국어국문학과가 외면받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한 국어국문학과 학생은 국어국문학과가 기피하는 학과가 되고 여러 대학의 국어국문학과가 통폐합되는 현상에 대해 취업이 잘 안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자기 나라의 언어에 대해 배우는 학과가 아예 폐지되기도 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어국문학과 학생은 “‘국어학, 국문학 같은 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며 국어국문학의 가치 자체를 낮추는 사람도 많아졌다.”라며 속상함을 표현했다.

기초학문을 기피하는 건 한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분야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에 해외에선 기초학문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의무적으로 교양 교육을 실시하여 기초학문에 대한 접근을 늘렸다.

취업을 위해 실용적인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순수 학문을 다루는 학과를 없애기만 하면 대학은 본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며 학문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