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소통망 엑스(X)에서 ‘소녀가 되’라는 표현이 유행함에 따라 ‘학생이 되’, ‘새내기가 되’ 등 유행어를 살짝 바꾸어 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사용자는 올바른 표기를 알면서도 유행에 맞춰 틀린 표기를 사용하지만, 다수의 사용자는 옳은 표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소셜미디어에 틀린 표기를 마구 사용한다. ‘00가 되’의 사용이 만연해지면서 ‘되’와 ‘돼’를 혼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이에 서울 교육대학교 김도남 교수는 “특정 텍스트에 반복 노출되면, 텍스트의 진위와 관계없이 텍스트를 진실로 믿고 표상을 형성할 수가 있다”라 고 말하며 틀린 우리말 표기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우리말에 대한 그릇된 지식을 형성할 가능성이 큼을 지적했다.
실제로, 어문지식이 형성돼야 할 시기에 누리소통망에 과노출되는 청소년들은 잘못된 우리말 표기를 보며 그릇된 지식을 쌓기도 한다. 공도초등학교 심예진 교사(이하 심 교사)는 “많은 학생이 맞춤법을 지키지 못한다. 특히 초등학생은 미디어에서 접한 우리말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여 잘못 사용한다”라며 교육 현장 내 초등학생의 우리말 사용 실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심 교사는 “‘되’와 ‘돼’의 올바른 사용을 구분해 줘도,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에서는 되로 쓰던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소셜미디어에서 는) 맞춤법의 정확한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되’와 관련된 표현의 유행은 인터넷에서 즐거이 쓰일 수 있겠으나 유행과 원칙은 구분돼야 한다”라고 말하며 초등 단계에서부터 우리말이 잘못 쓰이고 있는 실태를 우려했다.
문법적으로 그릇된 표현의 사용은 비단 초등학생의 우리말 지식이 빈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상급학교에서도 우리말의 잘못된 사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서중학교 정윤희 교사는 “중간고사의 서술형 문항에서 문법적 오류로 인해 점수가 감점된 학생이 정말 많다”라고 말하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교육의 부재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요즘은 ‘되/돼’와 ‘에요/예요’를 혼동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고민”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미디어를 통한 그릇된 맞춤법의 광활한 전파와 그릇된 맞춤법을 지적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청소년의 맞춤법 오용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해지는 것은 초등교육단계에서부터 바른말의 사용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초등교육을 받은 아이가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나아가 사회인이 될 때까지 올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전 단계에서부터 우리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심 교사는 학급에서 높임말을 쓸 것을 제안했다. 심 교사는 “아이들에게 높임말을 쓰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높임말의 사용을 낯설어하고 부끄러워한 다. 그러나 높임말을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학급 분위기가 형성되고 나면 아이들은 곧잘 적응한다. 높임말의 사용은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서 아이들이 단어를 선택할 때 신중해진다”라며 상호 존중하는 언어습관은 바른 언어습관의 형성으로 귀결됨을 설명했다.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을 지향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인터넷 용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언어를 규제하는 규칙이 부재하는 만큼, 사용자 스스로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디어의 발달로 맞춤법의 오용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제는 올바른 맞춤법 사용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한글문화연대 11기 하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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