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과학성과 독창성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자 체계이다. '한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세종대왕 외에는 또 누가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뿐만 아니라 한글의 연구와 보급에 기여한 수많은 인물의 노력이 깃들어있다.
자음과 모음에 이름을 부여하다, '최세진’
훈민정음이 창제된 당시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부르는 표준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한글 기본 글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이 없던 기본 글자들에 현재 통용되는 ‘자음’과 ‘모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바로 조선의 학자이자 동시통역가였던 최세진이다.
최세진은 뒤이어 어려운 한문을 백성들에게 쉽게 가르치기 위하여 훈민정음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직접 편찬한 책 《훈몽자회》에서 'ㄱ'을 '기윽', 'ㄴ'을 ‘니은' 등으로 명명하여 한글 자음의 이름을 제시하였고 모음은 입을 벌리는 순서에 따라 배열하여 표준화하였다. 《훈몽자회》의 발간은 자음과 모음의 이름이 부여된 것으로 한글 맞춤법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백성들에게 훈민정음을 널리 보급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세진의 노력으로 인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이름을 갖추게 되었으며, 한글의 보급과 사용 또한 더욱 원활해졌다. 최세진의 업적은 조선시대의 언어 교육과 문화 발전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최초의 한글 백과사전으로 여성들을 도우다, '빙허각 이씨’
빙허각 이씨는 여성을 위한 한글 백과사전 《규합총서》를 집필해 한글의 보급과 사용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녀는 시동생 서유구가 한문으로 된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을 보며 여성들을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는 한글로 된 생활 백과사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요리 정보, 옷을 만드는 방법, 여성 질환, 농경학과 주거학 지식 등 부녀자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지혜를 담아 1809년에 《규합총서》를 집필하였고 이 책은 20세기 초까지 여성들에게 가장 널리 읽힌 백과사전이었다.
특히 《규합총서》 중 <열녀록>에는 한글로 여성 인재들의 업적이 기록되어 있다. 착한 아내와 착한 며느리와 같은 전통적인 열녀관을 넘어 학문, 예술, 정치,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들의 성취를 적어 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또한 《규합총서》의 집필 의도가 당시 한문을 배우지 못해 필수 지식조차 알지 못하는 여성들을 독자로 삼아 한글로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빙허각 이씨는 남성 중심의 한문책에 가둬진 한글의 지식을 해방시키고, 여성들의 교육과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한글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 《규합총서》를 통해서 후손들은 빙허각 이씨의 진취적인 자세와 애민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한글문화연대 기자단 11기 이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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