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우표이야기

궁중채화 기념우표

튼씩이 2024. 8. 29. 17:22

채화(綵花)는 조선시대 궁중의 각종 연회를 장식했던 종이, 비단 등으로 만든 조화(造花)를 말합니다. 생화를 쓰지 않고 채화를 만들어 쓴 이유는 살아 있는 꽃을 꺾지 않고자 하는 생명 존중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채화에는 시들지 않는 꽃으로 왕조의 영원불멸을 염원하는 의도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궁중채화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려 때는 궁중에 소속된 장인들이 궁중채화를 제작했고, 연회에 참석한 외빈에게 왕이 직접 꽃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고종정해진찬의궤》, 《고종임인진연의궤》 등 여러 의궤에 채화를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채화는 궁궐의 큰 행사나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연회 등 국가적인 행사에 사용되다가 사대부가와 민가에도 전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왕의 자리를 장식하는 홍벽도준화와 잔칫상을 장식하는 상화, 참석자 머리에 꽂는 잠화 등 용도에 따라 달리 제작해 궁중의례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궁중채화의 재료로는 비단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견이나 모직물, 종이, 깃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도 사용되었습니다. 채화로 만든 꽃의 종류에는 도화, 과꽃, 연꽃, 목단, 국화, 월계화, 감꽃, 도라지꽃, 복사꽃 등이 있습니다. 장인들은 은은한 색감을 위해 비단이나 모시 등에 자연염료로 색을 입혀 채색하고 꽃잎 모양으로 오린 후 여러 인두를 사용해 꽃의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채화는 조선 왕조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기품이 가득한 궁중 문화이자 공예 작품입니다. 일제시대에 명맥이 끊긴 궁중채화를 국가무형유산 제124호인 궁중채화장 황수로 장인이 고문헌을 통해 복원하였습니다. 우표에 실린 벽도준화와 홍도준화는 1887년(고종 정해년)에 대왕대비였던 신정왕후 조씨의 팔순을 기념하는 만경전진찬에 장식된 궁중채화를 재현한 작품입니다. 준화는 꽃 항아리인 화준에 장식한 꽃을 일컫는 말로, 도화 나무를 세운 다음, 비단으로 만든 홍도화와 벽도화를 붙이고 꽃 사이에 온갖 새와 곤충으로 장식한 후 붉은 천을 묶어 마무리 치장을 한 모습입니다. 준화는 주로 임금의 자리가 있는 정전의 정면 좌우 기둥 앞에 놓여 장소를 아름답게 하였습니다. 준화를 담은 화준은 고대 사회의 부루단지라는 옛 풍습에서 기원하였는데, 고대 사회의 사람들은 집안의 높은 곳에 밀, 보리, 벼 등의 이삭을 담은 단지를 올리고 그 안에 꽃을 꽂아 장식하여 신성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우표 전지 배경은 <임인진연도병>의 일부입니다. <임인진연도병>은 고종황제가 51세 되는 해에 기로소(耆老所, 경로 예우의 목적으로, 설치된 기관)에 입소하는 것을 기념하는 궁중잔치를 기록한 병풍으로, 화려하고 장중한 궁중의례와 함께 궁중채화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