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생각과 외모, 내면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지만 언제나 사회는 ‘중심’과 ‘주변’으로 나뉜다. ‘주변’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잘못된 것을 바꾸기 위해 ‘중심’에 대항하고 가까스로 승리하는 일을 겪으며 다양함의 중요성을 깨달은 듯하지만, 사람들은 관성적으로 중심을 추구하고 주변을 배척하려 한다. 그런 습관은 대중이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혐오 표현이란,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 혐오하거나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다. ‘중심’에서 벗어난 특성을 짚어내 그것을 혐오, 차별하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지는 혐오 표현은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강력한 전파력을 가지게 되었다. 일부 혐오, 차별표현에 담긴 재미 요소는 해당 표현을 활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게 하여 해당 표현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선사하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부추긴다. 일부 차별, 혐오 표현은 미디어에서도 가감 없이 사용된다.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이는 ‘결정장애’는, 일상은 물론 미디어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대표적인 혐오 표현이다. 이 표현은 무의식중 가지고 있는 ‘비장애인’ 집단이 ‘장애인’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반영된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반팔’은 많은 사람이 혐오 표현임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혐오 표현이다. ‘반팔’은, ‘팔이 반이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말로,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져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내재해 있다. ‘반팔’ 대신 ‘반소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잼민이’는 ‘투네이션’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의 어린 남자아이 목소리인 ‘재민’에서 유래한 것으로, 온라인상에서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현실에서 저연령층을 비하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반대로 ‘틀딱’, ‘틀딱충’은 ‘틀니’와 ‘딱딱’ 부딪히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를 합친 단어로, 노년층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특히 ‘~충’이라는 표현은 특정 집단을 비하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접미사이다. 이렇게 혐오 표현은 만들어진 지 오래된 것부터 오래되지 않은 것까지, 일부 집단에서 활용되는 것부터 대부분 사람이 활용하는 것까지, 그 범위와 종류가 방대하여 자주 활용하는 언어 중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 것이 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혐오 표현 사용은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게, 아니면 재미있다는 이유로 활용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 혐오 표현 활용에 따르는 실질적 문제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 표현의 실질적인 문제는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혐오 표현의 특성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통칭’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앞뒤 따지지 않고 해당 집단에 속해 있다면 ‘이 사람’과 ‘그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통칭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혐오 표현의 문제점은 사회 문제가 발생한 경우, 더 잔인하게 발현된다. 만약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사회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들에 대한 혐오 표현은 각자의 상황과 앞뒤 내용은 뒷전으로 만든 채 혐오와 차별, 고정관념을 낳는다.
혐오 표현은 기본적으로 ‘선동’의 특성을 갖는다. 소수자들을 공격하는 동시에 제3자에게 혐오와 차별에 동참하라고 권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혐오 표현의 선동을 막는 중요한 방법으로 ‘대항 표현’이 있다. 대항 표현은 말 그대로 혐오 표현에 맞대응하고 소수자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선언하는 것이다. 이런 대항 표현은 혐오 표현 활용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불편하더라도 해당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실천할 수 있다.
2017년 한 여자 고등학교의 교실 칠판에는 ‘오늘의 혐오 표현-김치녀, 사용하지 않기’라고 적혀있었다. 인권동아리 회원인 학생들이 써놓은 것으로, 매주 단어를 바꿔 적으며 혐오 표현을 알려주고 사용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이렇게 혐오, 차별이 담긴 표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담긴 표현들로 혐오 표현에 맞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1기 이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