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안녕'과 '하세요'

튼씩이 2015. 12. 10. 13:5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12. 9.(수요일)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필리핀에 있습니다.
오늘도 예전에 보낸 편지로 우리말 편지를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오늘은 정운복 선생님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신철원고등학교 교사이신 선생님의 누리집은
http://cafe.daum.net/pulibmail 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좋은 글을 보내주십니다.
글을 소개할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과 '하세요'와 '감사'와 '합니다.']

111-254
오늘과 관련이 있는 숫자들입니다.
어떤 숫자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오늘이 4월 21일입니다.
111은 2009년이 시작되고 나서 오늘까지 지난 날짜이고
254는 올해 마지막까지 남은 날짜입니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왼쪽의 숫자는 하나가 늘고
오른쪽의 숫자는 하나가 줄겠지요.
엄연한 하루인데도 그 숫자의 차는 2처럼 느껴지네요.


일주일전에 낙엽을 긁어 태우면서
땅위에 삐죽이 얼굴을 내민덜 새싹이
단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20센티가량 자라 왕성한 성장활동을 보였습니다.
세월만 빠른것이 아니란 느낌이 듭니다.


우리집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우리가족 4명 이외에 올해 새로 생긴 가족 4마리를 소개하지요.
그 중 두 마리는 길이가 손가락만한 도마뱀이구요
나머지는 부리가 빨갛게 생긴 귀여운 금정조 두 마리랍니다.


안사람이 네마리 모두 작명을 했는데
도마뱀의 이름은 '안녕'과 '하세요' 이구요
새의 이름은 '감사'와 '합니다'랍니다.
온 식구들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이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처음엔 무슨 이름을 이렇게 허접스럽게 지었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는데요
아침마다 이름을 부르다보면
인사하는 습관과 감사의 념을 생각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한학에서는 이름을 짓는 것을 정명론(正名論)이라고 합니다.
벼슬운이 없던 공자에게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만약 자리가 된다면 어떤 일을 먼저하겠습니까?
"이름을 바로 세우는 일을 먼저 할 것이다."
즉 정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표현하려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에 맞게 이름을 지어야 오해와 곡해를 바로잡을 수 있고
그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는 뜻이지요.


어떤 집은 자녀를 부를 때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여 불렀다 합니다.
"마음 씀씀이가 고운 수현이"
"생각이 깊은 슬비"
"마음이 깊고 통큰 재성이"
그런데 놀랄만한 일은 이름을 부르는대로 성격이 비슷하게 성장했다는 것이지요.


입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죽겠다 죽겠다 하면 그 만큼 삶이 괴로워지는 것이구요
오늘은 이것때문에 즐겁고 내일은 저것때문에 즐겁다 하면
매일매일이 즐거운 것이지요.


요즘 아들넘이 공부보다는 게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 무언가 애완용을 사면
"공부"와 "합시다."라고 이름을 지어야 할까봅니다.


비온뒤 날이 쌀쌀합니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소풍갔다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군요..
덕분에 없던 수업이 많이 생겼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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