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설도 큰 명절이긴 하지만, 풍성한 수확과 함께하는 추석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좀 더 풍요로운 때다. 그래서일까. 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보고자 연휴 동안 대통령님의 장점을 찾아 헤맸다. 주변 좌파들은 “설마 장점이 있겠어?”라며 냉소했지만, 막상 찾아보니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째, 시간을 잘 활용하게 해준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걸 느낀다. 10대는 시간이 시속 10㎞로 가고, 50대는 시속 50㎞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연말이곤 했다. 서유석이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라며 탄식했듯이 시간이 간다는 건 안타까운 측면이 더 많은데, 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놀랍게도 세월이 가는 속도가 늦춰졌다. 이제 2년 남았나 싶으면 3년도 더 남았고, 그로부터 한참을 더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았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군대 있을 때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 같은데, 이 느낌을 잘 이용한다면 의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6개월은 걸릴 일을 석 달에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 늘 긴장할 수 있게 해준다.
먼바다에서 잡히는 청어는 운송 도중 거의 죽어버려 수산시장에서는 냉동청어밖에 접할 수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청어를 살린 채 운반하는 게 가능해졌다. 비결은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는 것으로, 청어가 메기한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긴장하다보니 배가 부두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메기효과’ 이론이다. 사람도 살아가는 데 적당한 긴장이 필요해서, 너무 나태해지면 일도 안 되고 건강도 해칠 수 있다.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까지, 현 정부 들어 해마다 큰 사건이 터지고 있다. 할 수 없이 사람들은 ‘내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생존력을 더 높여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투자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
지난 8월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라는,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선물을 국민들에게 안긴다. 뜻밖의 조치에 놀란 국민들이 우르르 차를 갖고 고속도로로 나간 덕분에 메르스로 인해 침체됐던 우리나라 경제는 극적으로 회생한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추석을 맞아 장교를 제외한 56만 명의 사병 전원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증을 주고, 멸치와 김가루, 약과 등으로 구성된 특별간식을 하사했다. 덕분에 지뢰사건 등으로 침체됐던 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는데, 간식을 사는 데 든 돈이 청와대 예산이 아니라 ‘군 소음피해 보상금’을 가져다가 쓴 것이라니, 이쯤 되면 박 대통령의 ‘한턱 정치’가 신의 경지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미국이 국산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전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박 대통령의 능력을 무서워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넷째, 지역인재를 육성시킨다.
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탕평 인사”를 약속했다. ‘골고루 인재를 등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는데, 며칠 전 경향신문이 파워 엘리트 218명을 분석한 결과 영남 출신이 38.1%로 가장 많았다. 일전에 대통령은 영남 편중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재 위주로 하다 보니까 어떤 때는 이쪽이 많기도 하고 저쪽이 많기도 하다”고 답했다. 하기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영남 출신이 무려 7명에 달하니, 영남 사람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긴 하다. 고무적인 건 다른 지역 분들이 “우리 마을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해!”라며 자기 지역의 인재를 키우려 한다는 것. 이렇게 경쟁적으로 인재를 키우다 보면 결국엔 ‘대탕평 인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니, 단기적인 영남 편중을 시비할 일은 아니다.
다섯째, 국정원을 세계적 정보기관으로 키우고 있다.
<파리의 생활 좌파들>이란 책에는 한 프랑스 고위공무원의 인터뷰가 나온다. “이명박이 권력을 잡으면서 국정원 활동이 활발해졌고 우리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로는 더 심해졌다. 일단 파리에 주재하는 국정원 직원의 숫자가 더 늘어났다.”(183쪽)
우리는 국정원이 모사드나 CIA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후자의 기관들은 세계와 싸우는데 국정원은 댓글을 단다든지 간첩을 조작하는 등 찌질한 일만 했던 게 그 이유. 하지만 박 대통령 집권 이후 우리 국정원도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듯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우리도 모사드 같은 훌륭한 정보기관을 가질 수 있을 텐데, 대통령이 단임인 게 아쉬워진다.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라는 것에 놀라는 좌파들이 많다. 하지만 대통령의 장점을 생각하면 이 지지율은 오히려 낮은 것이다. 대통령의 장점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서 청와대 하늘에 늘 슈퍼문이 빛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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