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엉덩이와 궁둥이

튼씩이 2016. 1. 8. 10:54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6. 1. 8.(금요일)

마실/마을
이쁘다/예쁘다
찰지다/차지다
~고프다/~고 싶다
를 복수표준어로 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조금씩 눈발이 날리고 있네요. ^^*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엉덩이와 궁둥이]
몸에 관한 우리말 가운데 자주 헷갈리는 것들이 있는데, ‘엉덩이’와 ‘궁둥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사람 몸의 뒤쪽 허리 아래에서부터 허벅다리 위쪽까지 살이 불룩한 부분을 ‘볼기’(한자말로는 ‘둔부’)라고 한다. ‘엉덩이’는 이 볼기의 윗부분을 가리키고, 이에 비해 ‘궁둥이’는 볼기의 아래쪽, 앉으면 바닥에 닿는 부분을 가리킨다.

요즘에는 엉덩이와 궁둥이를 포함한 전체를 그저 ‘엉덩이’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리하면 ‘볼기’라는 말은 사라지고 ‘궁둥이’는 엉덩이의 속어처럼 전락하게 된다. 몸의 각 부위를 가리키는 멀쩡한 우리말들이 제 구실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엉덩이와 궁둥이의 언저리 전체를 일컫는 ‘볼기’를 나날살이에서 살려 써야 한다. 옛 시대의 형벌 가운데 하나였던 태형은 볼기를 때리는 벌이었는데, 그 볼기의 좌우 두 짝을 함께 때렸으므로 ‘볼기짝을 때린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방둥이’라는 말이 있다. ‘방둥이’는 “길짐승의 엉덩이”를 따로 일컫는 말이므로, 사람의 엉덩이를 방둥이라고 하는 것은 낮추어 말하는 것이 된다. (‘방둥이’를 ‘방뎅이’라고 하는 것은 바른말이 아니다.) 엉덩이와 궁둥이와 방둥이의 쓰임은 각각 “엉덩이가 무거워 행동이 굼뜨다.”, “궁둥이 붙일 데도 없을 만큼 좁은 방.”, “방둥이 마른 소가 일을 잘한다.” 들과 같은 사례로 구별할 수 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죽음과 서거]

안녕하세요.

우리말에 죽음을 뜻하는 낱말은 무척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낱말만 모아봤습니다.
종교에서 따로 쓰는 낱말도 있고, 한자문화권에서 온 낱말도 있습니다.

기세(棄世) : 세상을 버린다.
영면(永眠) : 영원히 잠들다는 뜻으로 죽음을 뜻하는 말. 유명한 사람의 죽음
영서(永逝) : 영원히 간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작고(作故) : 고인(故人, 옛날 사람)이 되었다.
잠매(潛寐) : 잠들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승하(昇遐)/등하(登遐)/예척(禮陟)/척방(陟方) : 먼 곳에 올라가다. 임금이나 존귀한 사람이 세상을 떠남을 높여 이르던 말
기세(棄世) : 세상을 버린다는 죽음을 높이어 이르는 말
장서(長逝) : 영영 가고 돌아오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별세(別世) : 세상을 하직한다는 말로 죽음을 뜻함.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
사망(死亡) : 보통 사람의 죽음
사거(死去) : 죽어서 세상을 떠남. 사망
서거(逝去) : 사거의 높임말. 자신보다 높은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
타계(他界) : 다른 세계, 곧 저승. 어른이나 귀인의 죽음

종교에서는 좀 다른 뜻을 담습니다.
환원(還元) : 천도교, 본디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
입적(入寂) : 불교, 수도승의 죽음. 중이 죽는 것을 뜻함. 입멸(入滅), 귀적(歸寂), 적멸(寂滅), 원적(圓寂), 멸도(滅度) 등도 있음
열반(涅槃) : 불교,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나 완벽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석가모니를 비롯한 고승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천(召天) : 개신교,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뜻. 개신교에서의 죽음
선종(善終) : 천주교,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친다는 뜻의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

이 밖에도,
황제의 죽음을 뜻하는 崩御(붕어), 왕의 죽음을 뜻하는 昇遐(승하), 제후의 죽음을 뜻하는 薨去(훙거) 따위가 있으며,
평 관리가 죽으면 卒(졸)이라 쓰며, 녹을 타지 않고 죽는다는 뜻으로 선비의 죽음은 不祿(불록)이라 합니다.
금실 좋은 아내가 죽으면 현악기의 줄이 끊어진다는 뜻으로 斷絃(단현)이라 하고,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꽃잎처럼 흩어진다는 뜻으로 보통 군인의 전사는 散華(산화)라고 합니다.
죄를 지은 사람의 죽음은 物故(물고)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숨지다, 죽다, 돌아가시다 따위가 있으며,
제가 좋아하는 '흙보탬'도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누구나 사람은 다 죽습니다.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을 우러러 죽음 앞에 경건함을 갖추고 두려움을 없애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이를 높이는 것은 마땅하고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훌륭한 일을 하고 가신 분이라면 높고 귀한 낱말로 우러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죽음을 이르는 낱말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은 다 같이 귀합니다.
우리 모두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합시다.
나중에 한 줌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잘 다듬어 곱게 쓸 수 있게 내 삶을 사랑합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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