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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피로야 제발 가라...]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33, MBC뉴스에서 '봄꽃 만개'라고 하면서 '야생화'이야기를 했습니다. '봄꽃 만개'보다는 '봄꽃 활짝'이 좋고, '야생화'보다는 '들꽃'이 좋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이왕이면 한자말이 아닌 순 우리말이 좋습니다. ^^*
어제 낮 11:48에 97.3MHz에서 '피로회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회자와 출연자가 '피로를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저는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그놈의 피로를 회복해서 어디에 쓰실 건지... 피로는 없애버릴, 해소해야 할 대상 아닌가요? 그걸 살려서, 그걸 회복해서 어쩌겠다는 거죠?
오뚜기식품에서 오뚝이를 오뚜기라 쓰는 것은 회사이름으로 쓰는 고유명사니 그렇다 치고, 안성에서 맞춤을 안 쓰고 안성마춤을 쓰는 것도 상표권을 등록해서 그렇다고 칠 수 있습니다. 동아제약에서 박카스를 광고하면서 예전부터 쓰던 '피로회복'을 쓰는 것도 개인 회사이니 봐 줄 수 있다 칩시다. 그러나 아무리 양보해도, 공영방송에서 '피로회복'이라고 떠드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마땅히 피로해소, 원기회복이라 써야 하지 않을까요?
내친김에 자주 말씀드리는 '희귀병'도 한 번 더 짚고 갈게요. 아시는 것처럼 '희귀'는 드물 희(稀) 자에 귀할 귀(貴) 자를 써서 "드물어서 매우 진귀하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 쓰는 낱말인 '희귀'를 써서 '희귀병'이라고 하면,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병"이라는 낱말이 돼버립니다. 아무리 세상에 별로 없고 귀하기로서니 그 병이 귀하기까지 하겠어요? 세상물정 모르는 애들에게 걸린 그 병이 그렇게 귀해요? 그렇게 귀하면 '희귀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 가져가면 되겠네요. 애먼 애들 괴롭히지 말고...
혹시 모르겠습니다. 의사가 연구목적으로 세상에 별로 없는 어떤 병을 찾는다면 그건 희귀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치료약도 없고 치료방법도 모르는 병에 걸린 사람에게 희귀병에 걸렸다고 하면 그건 그 병에 걸린 사람과 그 식구를 욕하는 겁니다. 말뜻을 몰라 실수로 아픈 사람을 우롱하고 조롱하며 비꼰 게 아니라 말 한마디 잘못 써서 그 사람들 가슴에 평생 대못을 박는 겁니다.
굳이 그런 낱말을 만들고 싶으면 '희소병'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겁니다. '희소'는 드물 희(稀) 자에 적을 소(少) 자를 써서 "매우 드물고 적음"이라는 뜻이므로 '희소병'은 말이 되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난치병은 올라 있지만, 희귀병과 희소병은 올라 있지 않습니다. 제발 바라건데, 희귀병을 표제어로 올리지는 말아주십시오. 방송에서 언죽번죽 희귀병을 떠든다고 사전까지 그렇게 따라가서는 안 되잖아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orozi???@hanmail.net '봄꽃 만개'보다는 '봄꽃 활짝'이 좋고, '야생화'보다는 들꽃이 좋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이왕이면 한자말이 아닌 순 우리말이 좋습니다. ^^*<짝짝짝...>저도 뜻을 같이합니다.한자도 우리 웃어른(조상)님이 만든 우리 글자 '참글'(진서)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맑은 '산수가림토'(한글.한말)로 갈음하여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희귀병'이란 말도 이왕이면 '드문병'이라고 하는 것이 쉽게 알아차리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날마다 좋은 우리말 깨우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