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롭다. 우리는 자유롭다. 페트라의 그 마지막 글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토마스가 페트라의 진심을 알고 난 후에 자책하며 내뱉는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을 만큼 사랑한 여자였지만, 한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사랑을 떠나버리게 된 한 남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로, 빅 픽처, 위험한 관계에 이어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3번째 작품이다.
중년에 접어든 토마스는 20여년을 같이 지냈던 잔과 이혼하고 별장에서 혼자 살고 있던 어느 날 베를린에서 온 소포를 받는다. 여행작가였던 토마스는 첫 번째 책 발간 이후 새로운 책을 쓰기 위해 서베를린(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서로 베를린이 나누어져 베를린 장벽이 있던 시절)에 갔다가 운명의 여인 페트라를 만난다. 첫 만남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의 여인임을 직감하고 토마스의 글을 번역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잠시도 떨어질 줄 모른다. 그러나 행복한 미래도 잠시 페트라가 동독 비밀경찰의 끄나풀임을 알게 된 토마스는 페트라의 말도 들어보지 않고 헤어지게 된다.
페트라와 헤어지고 온 세상을 잃어버린 듯한 좌절감 속에 다시 찾아온 고향, 하지만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다. 놓쳐버린 기회, 사라져 버린 행복에 가슴 아파 하며 또 다른 길을 모색하지만 한 번 어긋난 행복은 좀처럼 다시 찾아와주지 않고, 사랑이 없는 잔과의 결혼 생활도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이혼하게 된다. 어느 날 배달된 소포, 페트라의 아들이 엄마의 부탁으로 보낸 노트에서 페트라가 토마스를 진실로 사랑했지만 비밀경찰의 스파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고 뒤늦게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해 보지만 이미 늦었음을 한탄할 수 있을 뿐이다.
페트라의 진심을 알고 난 후에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토마스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 상황에서 그 누구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다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한 번 생각해본다. 평범한 한 개인이라면 그토록 믿었던 여인이 자신을 속이고 비밀경찰 활동을 하며 다른 남자와 깊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토마스와 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여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지 못하고 경솔하게 결론지은 것에 대해서는 자책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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