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이 진 자리에 말이야
글쎄......
갓 달리기 시작한 살구열매를
매실인 줄 알고 글쎄
언니는 있는 대로 열매를 많이 따다가
매실주를 담갔다지 뭐야
살구나무 열매와
매화나무 열매가 얼마나 다른지
눈이 있어도 보질 못했나?
잘 알지도 못하고
확인도 안 해보고
성급하게 따다가
술을 담갔다니
우습지 않나요?
항아리 속 조그만 살구들은
영문도 모르면서
어둠 속에 엎디어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았을까?
'나무 위에 더 있으면
좋았을텐데......
왜 여기에 있는지...... 답답해 죽겠네'
하면서 말이야
해마다 봄이 오면
살구나무 볼 적마다
매화나무 볼 적마다
언니의 실수가 생각나
우리 식구 모두
하하 호호 웃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