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누나

튼씩이 2019. 2. 28. 15:50

초등학교 시절

시골집에 놀러 갔을 때

두 살 아래의

사촌 남동생이

나에게 처음으로

"누나!" 하고 불렀을 때

하늘과 햇빛이 눈부셨다


서로 다른 길을 가며

오랜 세월 속에 묻혀 있던

그 말


"누나

건강하신지요? 걱정이 되어서요"

수십 년 만에 안부를 들으니

다시 가슴이 뛴다


언니하곤 또 다른

누나라는 말


왠지

미덥고

너그럽고

푸근하고

아련하고

자랑스러운 말


살아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누나가 되어야지


쓸쓸한 이들에게

환히 웃어줄 수 있는

따뜻한 누나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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