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롱팔십이라는 말이 있다. 오랜 병으로 몸이 약해져서 늘 골골거리는 것을 '고로롱거린다'고 하는데, 고로롱고로롱하면서도 여든까지 사는 것을 고로롱팔십이라고 한다. 이렇게 병이 더 심해지지도 않고 낫지도 않으면서 오래 끄는 모양을 어찌씨로는 '시름시름', 그림씨로는 '심드렁하다'고 표현한다. 마음이나 입맛에 맞지 않아서 관심이 거의 없을 때도 '심드렁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병이 오래 끌면 처음만큼 관심을 갖고 보살피기 어렵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심하던 병세가 좀 가라안아 그만한 상태는 '고자누룩하다'고 말하고, 움직씨로는 '간정됐다'고 하며, 돌림병이 심하게 퍼지다가 조금 숙어지고 뜸한 상태는 '누꿈하다'고 한다. 반면에 병이 도지거나 덧나거나 더쳐 더 심해지는 모양은 그림씨로 '우럭우럭하다'고 말한다.
큰 병이나 오래도록 앓아 온 병을 병줄이라고 하는데, '병줄을 놓았다'는 것은 병줄에서 벗어나 몸이 회복됐다는 뜻이다. 그렇게 놓아버리면 되는 것을 왜 죽자고 붙잡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병으로 다시 추설 수 없거나 완전히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은 '녹장났다', 몸이 몹시 쇠약해져서 몸을 가눌 기운이 없는 것은 '출면 못한다', 앓고 난 뒤 에 걸음걸이가 곧 쓰러질 듯이 비슬비슬하는 것은 '허영거린다'고 말한다.
'주접을 떤다'는 말은 음식이나 다른 자질구레한 것에 대해 채신없이 욕심을 부리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주접은 사람이나 생물체가 여러 가지 탓으로 쇄약해지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때는 '주접이 든다'고 말한다. 잔주접은 어렸을 때에 잔병치레가 많아서 잘 자라지 못하는 탈을 가리킨다. 피로하여 고단한 증세를 주럽이라고 하는데, 주럽이 든 몸을 쉬는 것을 '주럽을 떤다'고 한다. 젖주럽은 어린아이가 젖을 먹지 못해 잘 자라지 못하는 일을 뜻한다.
시난고난하다 (명) 병이 심하지는 않으면서 오래 앓다.
쓰임의 예 – 늘 아프고 쑤셔 하더니 삼 년이나 더 살았을까, 시난고난하다 이름도 모를 병으로 죽어버렸다. (이문구의 소설 <장한몽>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주럽 – 피로하여 고단한 증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