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별명 가운데는 얼굴이나 몸의 생김새에 따라 붙여진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가장 흔한 별명의 하나인 짱구인데, 이는 장구처럼 생겼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됫박이마는 앞이마가 블록 튀어나온 이마, 번대이마는 머리털이 빠져 몹시 넓은 이마를 말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당나귀 귀처럼 굴곡이 없이 삐죽한 귀는 칼귀고, 짝짝이로 생긴 귀는 짝귀, 쪽박처럼 오므라진 귀는 쪽박귀라고 한다. 메기입은 입아귀가 길게 째져 넓게 생긴 입, 밤볼은 입에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하게 살이 찐 볼이고, 제비턱은 밑이 두툼하고 너부죽하게 생긴 턱, 주걱턱은 5공(共) 때 너무나 유명했던 턱이라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주걱처럼 길고 끝이 밖으로 굽은 턱을 말한다. 군턱은 살이 쪄서 턱 아래로 축 처진 살, 흔히 말하는 이중 턱을 가리킨다.
코는 얼굴의 중원(中原)을 차지하고 있는 거물답게 별명도 가지가지다. 개발코는 개의 발처럼 너부죽하고 뭉툭한 코, 주먹코는 뭉툭하고 모양이 없이 크게 생긴 코, 안장코는 안장 모양으로 콧등이 잘록한 코다. 활의 등처럼 휘우듬하게 굽은 활등코, 매의 부리와 같이 끝이 삐죽하게 숙은 매부리코, 말의 코처럼 콧구멍이 크고 벌름벌름하는 말코도 있다. 한사코나 기어코, 잠자코, 무심코, 기필코 같은 것들은 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무래도 다이어트의 최대 목표가 되는 것은 두둑한 뱃살 ‘배둘레햄’인데, 다이어트를 할 필요도 없이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불러 오르지 않고 날씬한 배는 갈치배, 반대로 동그랗게 솟아올라 부른 배는 동배라고 한다. 장구통처럼 부른 장구배나 똥똥하게 내민 올챙이배, 그리고 똥배는 다 동배의 동배들이다. 뒤의 동배는 동배(同輩), 즉 그놈이 그놈이라는 얘기다. 어쨌거나 동배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배일 텐데, 한편으로 배 가운데는 눈물겨운 배도 있다. 친구들이 도시락을 맛있게 까먹는 동안 수돗가로 달려가 물만 먹고 채운 결식 학생들의 배, 물배다.
짱구 (명) 이마나 뒤통수가 남달리 크게 튀어나온 머리통. 또는 그런 머리통을 가진 사람.
쓰임의 예 – 빈약한 코, 짱구처럼 이마는 솟았지만 짜질짜질하게 귀여운 눈으로 방 씨는 영감을 쳐다본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밤볼 – 입에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하게 살이 찐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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