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내가 아플 때는

튼씩이 2019. 5. 22. 07:39

1


어느 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병원에 가니 의사가 말했다


'곧 괜찮아질 겁니다

다 지나갑니다'


약 한 봉지

먹고 나서

성가신 가려움증을 달래며

내가 나에게 말해준다


'곧 괜찮아질 거야

다 지나간다니까'


그러나

지나가는 것

기다리기 왜 이리 힘든지

순간순간 견뎌내기

왜 이리 지루한지!


2


옆에서 남이 나에게

아무리 아픔을 호소해도

심각하게 듣진 않았지

그냥 잘 참으라고만 했지


내가 조금 아프니

남에겐 관심 없고

오직 내 아픔만

세상의 중심이네


남에게 잘 참으라고

가볍게 했던 말

내 방식대로 훈계한 말

부끄러워 숨고 싶네


많이 아픈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나의 조그만 아픔들이

이리 크게 다가올 줄이야

이리 크게 부끄러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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