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한 분만 나와주세요. 빨리 빨리 남자분 나오시라고요. 빨리, 빨리!”
철 지난 얘기를 해보자. 지난 5월13일 밤, 술에 취한 중년 남성 두 명이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취객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특히 같이 출동한 여자 경찰은 근처에 있던 일반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끝에 결국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 이른바 ‘대림동 여경 사건’이다. 남녀를 떠나서 취객을 제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은 상황이 발생하면 한방에 상대를 때려눕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모든 경찰이 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진 않다. 게다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점점 높아지다 보니, 행여 진압과정에서 범죄자가 다치면 경찰관이 징계를 받기도 한다. 경찰의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암사동 10대 난동 사건에서 경찰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대림동 사건 이후 경찰은 경찰관을 폭행하면 테이저건이나 권총을 쏠 수 있게 기준을 바꾼다고 하지만, 이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간 경찰은 나름의 업무를 잘 수행했으며, 우리 사회가 그래도 평온하게 유지되는 것은 다 이분들의 공이다.
경찰이라고 해서 다 힘쓰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아동청소년 및 성범죄 등을 다룰 때 여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표창원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찰 업무의 70% 이상은 사실은 소통이다. 피해자 민원인 말씀 듣고 피해 상황과 갈등을 조정, 중재한다.” 실제 경찰청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의 478개 직무 중 체력과 무관한 직무는 76%인 반면 체력과 관련한 직무는 24%에 불과하단다. 게다가 남경들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일어난 사건을 보자. 강남서에 근무하는 ㄱ경장은 자신이 담당한 교통사고 조사 대상자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여성은 접촉사고를 내서 조사를 받았는데, 이후 상대방과 합의해 내사 종결을 앞둔 상황이었다. ㄱ경장은 상호 합의하에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이런 관계가 적절하지 않음은 상식이다. 3년 전에는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졌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학교전담경찰관 두 명이 자신과 상담을 한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맺은 것이다. 해당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인데, 괜히 상담했다가 봉변을 당한 셈이다. 그중 한 명은 이로 인해 자살 시도까지 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이 남경이 아닌 여경이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터. 그렇다면 여경을 증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방방곡곡 울려 퍼져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남경들이 저지른 다른 비리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맡은 성매매업소에 ‘단속이 뜨니 단골손님만 받으라’고 조언하는 등 뒤를 봐준 경찰관 3명이 구속된 게 며칠 전이고, 몇 달 전에는 강남 클럽에서 3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청소년이 출입한 것을 무마해준 경찰이 입건됐다.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에도 남경들이 연루됐지만, 이 사건들은 남경 무용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림동 여경의 대응이 미숙했다고 해도, 그게 위 사건들보다 더 중한 일일까? 남경의 엄청난 비리에는 침묵하고 여경의 일에만 흥분하는 이 현상을 여혐 이외의 말로 설명하긴 어려울 듯하다.
여혐이 우리 사회를 잠식한 게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그 여혐이 경찰이나 소방관 등 힘쓰는 일에 집중되는 것은 그 자리가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남성들이 최소한 힘에서는 여성보다 앞선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경찰 인력은 총 12만487명, 그중 여자 경찰은 1만3594명(11.3%)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수치이고, 고위직 비율을 따졌을 때는 더 한심한 통계가 나오지만, 여혐에 찌든 우리 남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몰랑. 저 자리 우리가 다 가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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