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불매운동이 소수 기업을 표적 삼는 ‘핀셋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방대한 불매운동 정보를 소셜미디어(SNS)로 공유해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솎아내고,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본사 임원의 문제적 발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에 이어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와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한국콜마가 타깃이 됐다.
DHC의 한국지사는 13일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DHC의 자회사인 ‘DHC 텔레비전’에서 혐한 발언 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10일 국내에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다. DHC코리아는 “일본에서 방송된 ‘DHC 텔레비전’의 내용을 전혀 공유받지 못했고 출연진의 발언에 한국지사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대처한 점을 사과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DHC코리아의 사과문은 오히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DHC 한국지사의 입장일 뿐, 일본본사가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DHC 텔레비전에서는 13일 오전에도 ‘혐한 발언’이 이어졌다. 방송에 출연한 극우 여성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는 불매운동에 대해 “하는 짓이 어린이 같다”며 조롱했다.
DHC 불매운동 열기는 더욱더 끓어 오르고 있다. SNS에서는 ‘#잘가요DHC’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등 국내 헬스&뷰티(H&B) 스토어들은 DHC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위치를 바꿨다. 13일엔 롯데닷컴과 SSG닷컴 등 온라인몰도 DHC 제품을 뺐다. 쿠팡도 로켓배송과 오픈마켓에서 DHC 상품 판매를 순차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한국콜마는 국내 기업 중 이례적으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지난 7일 임직원 월례조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준 게 발단이 됐다. 이후 SNS를 통해 한국콜마가 제조하는 화장품 명단이 퍼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한국콜마가 9일 “감정적 대응 대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였다”고 사과하고, 윤동한 회장이 11일 “모든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했다.
하지만 불매운동의 파장이 커지면서 한국콜마 제품을 발주한 국내 중소기업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GS홈쇼핑은 15일 방송 예정이었던 A 제약회사의 크림 제품 편성을 연기했다. 한국콜마가 해당 크림 제조사여서다. CJ오쇼핑과 롯데홈쇼핑도 각각 14일과 15일에 예정된 한국콜마 제조 제품 방송을 보류하기로 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와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장 제조사를 교체할 수도 없고, 이미 쌓아놓은 재고도 너무 많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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