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23 – 먼지잼

튼씩이 2019. 8. 18. 11:28

먼지잼은 먼지를 재움이라는 뜻이다. 먼지잼처럼 비가 온 양을 가리키는 말로는 호미자락과 보지락이 있다. 보지락은 보습이 들어갈 만큼 빗물이 땅에 스며들었다는 뜻인데, “소나기가 한 보지락 시원하게 내렸다처럼 강수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쓰인다. 호미자락은 원래 호미의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인데, 호미 끝이 겨우 들어갈 만큼 비가 왔다는 뜻이다. 주로 가뭄에 약간 비가 왔을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쓰임새인데도 한쪽은 지락’, 한쪽은 자락이 붙은 이유는, 글쎄 모르겠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적은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있다가 나중에 쓸데없이 많은 노력을 들이게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호미나 가래 같은 농기구로는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으니까 요즘 사정에 맞게 바꿔 보자. “짜장면으로 막을 것을 탕수육으로 막는다이건 좀 우습고, “시말서로 막을 것을 사표로 막는다이건 너무 살벌하고, “백 원으로 막을 것을 만 원으로 막는다이건 지나치게 단순하다.

 

보습은 쟁기의 날이다. 쟁기의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면, 한쪽 끝에는 보습을 맞추어 끼우고 한쪽 끝은 자부지(쟁기의 손잡이)로 돼 있는 비스듬한 긴 나무는 쟁깃술, 쟁깃술의 가운데에 박아서 쟁기를 들거나 뒤로 물릴 때 쓰는 작은 손잡이는 잡는 좆이라고 해서 잡좆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잡을 것도 많은데 하필이면 그 물건을 끌어다 여기 붙여 놓았을까. 소의 멍에에 매어 쟁기를 끌게 하는 줄은 봇줄이고, 봇줄과 쟁깃술을 연결하는 긴 나무는 성에, 성에와 쟁깃술을 수직으로 꿰뚫어 삼각형을 이루는 나무는 한마루라고 한다. 쟁기에는 이밖에 홀아비좆이라는 물건도 있는데, 홀아비좆을 설명하려면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야 하므로 생략한다. 굳이 알고 싶은 분은 사전을 찾아보시도록. 땅을 더 깊이 갈기 위해 쟁기에 덧대는 장치는 심토리, 소 한 마리가 끄는 쟁기는 호리, 두 마리가 뜨는 것은 겨리라고 한다.

 

 

먼지잼 () 비가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옴.

 

쓰임의 예 그 여름 장기 산행은 먼지잼 한 번 없었다. (권경업의 시 <작달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보지락 보습이 들어갈 만큼 빗물이 땅에 스며들었다는 뜻이며, 강수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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