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선이 없었던 옛날, 뱃사람들에게 바람은 그들의 삶을 결정하는 고맙고도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 뱃사람말에는 유난히 바람에 대한 말이 발달해 있다. 뱃사람말로 동쪽은 새쪽, 서쪽은 하늬쪽, 남쪽은 마쪽, 북쪽은 노쪽이다. 따라서 새쪽에서 불어오는 동풍은 샛바람, 하늬쪽에서 부는 바람은 하늬바람이다. 가수알바람이나 갈바람도 서풍을 가리킨다. 북풍은 높바람 또는 된바람, 남풍은 게가 눈을 감추게 만드는 마파람이다. 또 앞과 뒤로 나누어 남풍을 앞바람, 북풍을 뒤바람, 아래와 위로 나누어 동풍을 아랫바람, 서풍을 윗바람으로 부르기도 한다. 원래 바람아래는 바람이 불어가는 쪽, 바람위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뜻한다. 태안 안면도에는 꽃지나 샛별처럼 예쁜 이름을 가진 해수욕장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바람아래는 최고로 칠 만하다.
북동풍은 노쪽과 새쪽을 합쳐 높새바람이나 된새바람, 북서풍은 노쪽과 하늬쪽을 합쳐서 높하늬나 된하늬라고 한다. 동남풍은 된마파람이나 든바람 또는 간새, 남서풍은 늦하늬 또는 갈마바람이라고 부른다.
바람기는 바람이 불어올 듯한 기운, 바람살은 세찬 바람의 기운, 바람씨는 바람이 불어오는 모양을 말한다. 바람꽃은 큰 바람이 일 때 먼저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기운이고, 바람칼은 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날개를 일컫는 말이다.
첫가을에 선들선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건들바람이라고 하는데, 남쪽에서 부는 건들바람은 건들마, 동쪽에서 부는 바람은 강쇠바람이라고 한다. 부드럽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간들바람,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꽁무니바람이고, 이리저리 방향이 없이 막 부는 바람은 왜바람이다. 명주처럼 부드럽고 화창한 바람은 명지바람, 맵고 독하게 부는 찬바람은 고추바람, 비는 안 오는데 몹시 부는 바람은 강바람이라고 한다.
높새바람 (명) 북동풍을 달리 이르는 말. 주로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태백산맥을 넘어 영서 지방으로 부는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쓰임의 예 – 그렇게 따뜻하다가 한 달 전에는 난데없이 높새바람이 휘몰아치고 된서리와 함께 추위가 계속되어 꽃망울을 죽이고 보리밭을 얼려…. (유현종의 소설 『들불』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바람아래 – 바람이 불어가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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