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처음 ‘메밀꽃이 일다’라는 말을 발견했을 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도가 일었을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을 메밀꽃에 비유한 것인데, 이 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틀림없이 가슴이 시로 가득 찬 사람이었을 것이다. 파도를 이리도 아름답게, 파도가 주는 느낌까지 오롯이 전해 주는 말이 또 있을 수가 있을까.
하루 이틀 한 삼십 년 기워 맞춘
내 일생의 일엽편주 타고
기우뚱 자석산 가네
파멸을 향하여 노를 젓네
살고 싶었다고 말하지 않으려네
하필이면 너 거기 있어
빛처럼 이끌리는 마음 기울어진
마음, 마음의 끝에
눈부신 파선의 밤이 찾아와
너의 언덕에 닿을 수만 있다면
이렇게 메밀꽃 이는 내 가슴
너에게 보여줄 수만 있다면
(장시우의 시 <자석산(磁石山)> 부분)
바다의 거센 파도를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멀기, 너울, 놀 같은 것들이 있다. 놀 가운데서도 까치놀은 저물녘에 수평선에 희번덕거리는 물결을 말한다. 수평선은 물금, 소용돌이치는 물살은 뉘누리, 멀리서 흰 물거품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물결은 말갈기에 빗대어 물갈기라고 한다. 물머리는 파도가 칠 때 거품을 일으키며 솟는 물의 꼭대기를 가리킨다.
메밀꽃이 일다 (관) (비유적으로)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파도가 일다.
쓰임의 예 – 메밀꽃 이는 밤바다를 향하여 합장한 다음 몸을 돌렸다. (김성동의 소설 『만다라』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까치놀 – 저물녘에 수평선에 희번덕거리는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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