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과 비슷하게 서리가 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것은 상고대라고 한다. 서리꽃은 유리창 따위에 서린 수증기가 얼어붙어 생긴 꽃 같은 무늬를 가리킨다. 그러면 서리꽃과 성에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겨울에 유리나 굴뚝에 수증기가 허옇게 얼어붙은 것을 성에라고 하는 것이니까, 성에 가운데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 것을 서리꽃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러니 같은 값이면 “성에가 끼었네”하는 것보다 “서리꽃이 피었네”라고 말하는 것이 듣기에도 좋을 것이다.
서리에는 무서리와 된서리가 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으 뒤안길에서/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라고 읊은 서정주의 절창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무서리는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된서리는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가리키는데, “된서리를 맞았다”는 말은 모진 재앙을 당해 풀이 꺾였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몸서리는 몹시 싫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는 일인데, 서리를 몸에 맞은 듯 떨린다는 뜻이겠다.
서리나 눈이 재앙이나 불행을 뜻하는 예로 “눈 위로 서리 친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불행이 엎친 데 덮쳐 일어난다는 뜻인데, 같은 뜻으로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 같은 재미있는 속담들이 있다. 살면서 겪는 이런저런 불행을 다만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불행이 엎친 데 덮치고 덮친 데 엎치며 떼로 몰려오더라도 얼마든지 인생을 향해 웃어줄 수 있지 않을까. 불행이 눈이나 서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찾아올 꽃피는 봄날을 기다리며 마음에 불씨 하나 간직하고 얼마든지 견뎌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눈꽃 (명) ① 나뭇가지 따위에 꽃이 핀 것처럼 얹힌 눈이나 서리.
② 눈이 오기 시작할 때 성글게 떨어지는 눈송이.
쓰임의 예 – 밤이 깊어지면서 하늘에 구름이 끼고 날씨가 한결 푸근해지더니 눈꽃이 날리기 시작했다. (강효순의 소설 『찔레꽃』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상고대 – 서리가 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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