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이 욱일기를 음료제품 디자인으로 사용한 폴란드 주스 회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를 공론화해 제품 생산 중단을 이끌어내 화제다.
16일 한국외대에 따르면, 바르샤바 한국문화원에서 인턴십 과정을 이수하며 폴란드에 체류 중인 조중희씨(24·한국외대 폴란드어과 4학년)는 지난달 포장 용기 디자인에 욱일기를 사용한 주스를 발견했다.
폴란드의 대표적 식료품 회사인 호르텍스(Hortex)가 생산한 주스에서다. 올 상반기 새로 출시한 음료로, '브라질 맛', '로스앤젤레스 맛', '마다가스카르 맛', '일본 맛' 네 종류로 구성돼 있다. 논란이 된 것은 '일본 맛' 제품으로,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과 함께 욱일기 문양이 포장 디자인에 사용됐다.
조씨는 바르샤바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다니는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호르텍스 본사에 즉시 항의 메일을 보내 디자인 교체를 요구했다. 조씨는 메일에서 "욱일기 문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전쟁 범죄와 더불어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국주의의 상징물"이라며 "나치 독일의 하겐크로이츠 문양을 제품에 사용할 경우 폴란드인들이 느끼게 될 고통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라고 항의했다.
회사 측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조씨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도 한국어와 폴란드어로 글을 올려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조씨의 글은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공유되기 시작됐다. 결국 호르텍스는 지난 9일 조씨에게 메일을 보내 '일본 맛' 음료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 언론에서도 이번 사건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삿 TV(Polsat TV) 폴란드 국영 라디오(Radio Polskie) 라디오 제트(Radio Zet) 등에서 이 사건을 보도했다. 조씨에게 폴란드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국외대 측은 전했다.
조씨는 "이번 사태를 통해 폴란드뿐 아니라 유럽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와 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유럽인들의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논쟁이 아닌 전쟁으로 존엄을 잃은 모든 피해자에 대한 정의(正義)의 문제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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