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표준어규정 해설

제2부 표준 발음법 제6장 경음화 제28항

튼씩이 2019. 11. 18. 07:58




이 조항은 사잇소리 현상으로서의 경음화 중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는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자음으로 끝나는 명사와 자음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결합하여 합성 명사를 이룰 때에는 경음화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 조항에서 다루는 경음화는 모두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합성 명사에서 보이는 경음화는 항상 예외 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조항에서는 ‘관형격 기능’을 지니는 사이시옷이 있을 때 경음화가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관형격 기능’은 합성 명사를 이루는 명사들 사이의 의미 관계에 따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다. 즉 두 명사가 결합하여 합성 명사를 이룰 때, 앞의 명사가 뒤의 명사의 시간, 장소, 용도, 기원(또는 소유)과 같은 의미를 나타낼 때 ‘관형격 기능’을 지닌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경음화가 잘 일어난다. 가령 ‘그믐달[그믐딸]’은 시간, ‘길가[길까]’는 장소, ‘술잔[술짠]’은 용도, ‘강줄기[강쭐기]’는 기원의 의미 관계가 있어서 경음화가 일어난 예이다.


물론 합성 명사에서 나타나는 경음화가 의미 관계에 따라 항상 예외 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시간의 의미를 갖는 ‘가을고치’, 장소의 의미를 갖는 ‘민물송어’, 용도의 의미를 갖는 ‘운동자금’, 기원의 의미를 갖는 ‘콩기름’ 등은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의미 관계가 경음화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서 언급한 의미 관계를 가지지 않는 다른 합성 명사의 경우 대체로 경음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가령 ‘병렬’의 의미를 갖는 ‘물불, 손발’이나 ‘재료’의 의미를 갖는 ‘돌부처, 콩밥’ 그리고 ‘수단’의 의미를 갖는 ‘물장난, 불고기’ 등은 경음화가 안 일어난다. 이처럼 합성 명사에서 일어나는 사잇소리 현상으로서의 경음화는 의미 관계에 따라 강한 경향성을 가진다. 다만 예외가 있으므로 경음화의 적용 여부는 국어사전의 발음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