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한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투쟁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를 잃으면서 우리말과 글도 함께 잃어 버린 시절에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학술단체로 등록하고, 자칫 친일파라는 누명을 쓸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도 오직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에 마음이 아파오면서, 현재 우리는 우리의 글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는건지 생각해 보면 아니라고 하는 편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글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해야 할 방송에서조차도 틀린 용어나 정제되지 않은 외래어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 기자라는 사람들도 발음을 틀리고 문장에 맞지 않는 단어를 쓰는 모습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방이 되었지만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통일된 우리말을 갖지 못하게 될까봐 하나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월북까지 감행해야 했던 노력에 한없는 고마움과 함께 제대로 지켜내지 못함에 부끄러울 뿐이다.
독립운동 하면 만세시위나 임시정부 등을 떠올리지만, 민족어를 지키고자 했던 노력 또한 독립운동이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조선어학회사건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조선어학회사건을 되짚는 일은 또 다른 형태의 독립운동과 마주하는 경험이자, 우리말글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온 과정을 목격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6쪽 -
주시경은 <독립신문> 창간에 참여했고, 국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면서 언어철학을 수립했다. 그는 ‘남의 나라를 빼앗고자 하는 자는 그 나라의 말을 없애려고 하고, 나라를 지키려는 자는 나라의 말을 지키려고 애쓴다.’라고 했다. 민족과 민족어의 운명을 하나로 본 그의 사상은 ‘언어를 보존한 민족은 살아남고 언어를 보존하지 못한 민족은 사라진다.’라며 독일 국민의 각성을 촉구한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사상과 맞닿아 있었다. - 50쪽 -
옥사한 이윤재는 사전 편찬실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말과 글은 민족과 운명을 같이한다. 일본이 조선의 글과 말을 없애 동화정책을 쓰고 있으니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글과 우리말을 아끼고 다듬어 길이 후세에 전해야 한다. 말과 글이 없어져 민족이 없어진 가까운 예로 만주족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우리의 말과 글에 대한 글을 써두고 조선어사전을 편찬해두면, 불행한 일이 있더라도 후세에 이것을 근거하여 제 글과 말을 찾아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족의 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되고 민족운동이 되는 것이야. - 184~185쪽 -
식민통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일본말을 하지 말자, 일본식 이름을 부르지 말자, 일본 노래를 부르지 말자, 일본 사람 물건을 사지 말자, 일본 인형이나 노리개를 갖지 말자, 코 흘린 얼굴로 미국 군인 보고 ‘할로!’ 하지 말자, 미국 군인 보고 손을 내밀며 껌을 달라지 말자, 싸움하지 말자! 더구나 외국 사람 보는 데서 싸우지 말자, 나쁜 말을 하지 말자, 한길에서 음식을 먹지 말자, 한길에서 장난하지 말자. 더구나 전찻길 위에서 장난하지 말자 등등 ‘열한 가지 하지 말자’ 운동이 펼쳐졌고, 앞자리는 단연 일본어였다. 조선인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일본어를 솎아내고 우리말을 도로 찾아야 한다는 데 전 조선이 공명하고 있다. - 209쪽 -
대일본 황국신민으로서 조선말은 무엇 때문에 연구하며, 조선글은 무엇 때문에 연구하느냐? 철자법은 통일해서 무엇을 하며, 표준어는 사정하여 무엇에 쓰자는 것이냐? 한글 잡지는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내며, 조선말 사전은 무슨 필요로 만들자는 것이냐? 한글날은 무슨 뜻으로 기념하며, 한글 노래는 무슨 의도로 지어냈느냐? 여름마다 각지로 다니면서 한글 강습은 왜 하는 것이며, 틈틈이 기회만 있으면 학술 강연을 빙자 삼아 눈가림의 집회는 왜 자꾸 하려 하느냐? 신문 잡지에 이러이러한 글은 무슨 의도에서 써냈으며, 사전 원고에 이러이러한 문구는 고의적인 민족사상의 고취가 아니냐? - 조선어학회를 취조한 일제 고문 경찰들 - 25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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