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플로라 콘웨이는 현재 세 권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지만 데뷔작을 필두로 나머지 두 작품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한편 최고 권위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해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다. 플로라 콘웨이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없다. 데뷔 이래 줄곧 언론 노출을 꺼려왔고, 대학교나 서점 등에서 자주 강연 요청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책표지에 사용하고 있는 젊은 시절 사진 한 장만이 유일하게 플로라의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다. 20여 개국에 소설 판권이 팔려나갔을 만큼 플로라의 인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플로라의 소설을 전담 출판해온 팡틴 드 빌라트가 주도한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덕분이고, 매번 문학상 후보에 오를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터뷰 요청을 매번 거절하다 보니 오히려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비평가들은 모두들 칭찬 일색이고, 책이 나올 때마다 거의 모든 지면에 소개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세 권의 소설로 괄목할 만한 결실을 맺었지만 플로라는 소설보다 딸 캐리를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육아에 집중하느라 소설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플로라는 딸 캐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일과 시간이 끝나면 데려오는 일을 반복한다. 플로라는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매번 숨바꼭질을 하자고 졸라대는 캐리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그날도 플로라는 브루클린의 아파트 7층 자택에서 캐리와 숨바꼭질을 한다. 술래가 된 플로라는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찾아다니지만 그 어디에서도 캐리를 발견하지 못한다. 경찰이 출동하고 수사가 시작된다. 출입문과 창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아파트 감시 카메라를 돌려보니 집 안으로 들어오거나 나간 사람은 없다. 집 안에 남아 있어야 마땅한 캐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출판사 리뷰
『인생은 소설이다』의 주인공은 작가이다. 『아가씨와 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에 이어 연속 세 번째로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세 편의 소설 모두 공통적으로 작가란 어떤 존재이고, 소설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각각의 소설들이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결합시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맹 오조르스키는 열아홉 권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로 그가 집필한 모든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기욤 뮈소와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부모가 일찍 이혼해 어머니와 살았고, 현재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점도 유사하다. 물론 소설은 필연적으로 작가의 체험적 요소들이 녹아들 수밖에 없지만 일기나 회고록과는 달리 상상력이 가미된 장르이다. 따라서 소설은 소설 자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창조해낸 존재들이다. 작가는 마치 줄에 매단 마리오네트 인형들을 조종해 한 편의 인형극을 만들어가듯 등장인물들을 뜻대로 움직여 이야기를 완성해가야 한다. 작가는 연출자인 동시에 배우 역할까지 수행해 내야 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로맹 오조르스키는 어떤 삶을 사는 작가인가? 그가 쓴 모든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작가이다. 다만 그의 눈앞에 놓인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다들 로맹의 소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등 뒤에 꼬리표를 붙인다. 로맹 오조르스키는 미처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지가 고정된 작가가 되어 있다. 신작이 나와도 더 이상 뜨거운 뉴스가 되지 않을뿐더러 그냥 연례행사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비평가들로부터 늘 똑같은 소리를 듣고, 인터뷰 자리에서도 전에 이미 들었던 질문들이 반복되기 일쑤다. 기자들은 로맹에게 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지, 상상력의 한계에 다다른 건 아닌지 묻곤 한다. 노골적으로 악의적이고 비아냥거리는 질문들이다.
로맹 오조르스키는 작가로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야 하고, 등 뒤에 붙은 꼬리표를 떼어버려야 한다. 그는 열두 번째 소설을 선보이고 나서 작가로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자 한다. 과연 어떻게 해야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참신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로맹은 이름을 바꾸고, 언론과 독자들의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소설, 지금껏 한 번도 다루어본 적 없는 새로운 영역의 소설을 쓰고자 한다. 그는 데뷔 시절처럼 창작의 열망이 불타오른다. 로맹의 은밀한 구상이 현실화되면서 새로운 작가가 탄생하고,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다. 소설은 인간과 삶을 탐구하는 장르이다. 스티븐 킹은 “모든 이야기는 소설가가 소설로 쓰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이야기는 마치 퇴적암에 들어 있는 화석과 같다. 소설가는 그 화석이 공룡 뼈인지 너구리 뼈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그 진실을 발굴해내야 한다.”라고 했다. 픽션 세계는 현실 세계의 반영이자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로맹은 글쓰기에 매달려 지내느라 배우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의 부인이 글쓰기에 매몰되어 있는 그를 곱게 봐줄 리 없다. 그의 부인은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나간다. 로맹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로 여기는 아들의 양육권마저 부인에게 빼앗길 위기에 직면한다. 이혼을 통보하고 떠난 부인의 거짓 주장과 모함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로맹은 ‘소설은 잘 쓰는지 몰라도 인성은 쓰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로맹은 인생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그동안 힘겹게 쌓아올린 인생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가는 걸 바라볼 수만은 없다. 갑자기 밀어닥친 위기의 생, 로맹은 어떤 해법을 찾아낼 것인가?
우리는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펴고, 뜻을 전하고, 타인을 설득한다. 프랑스의 한 언론은 이 소설을 ‘위대한 작가와 소설에 바치는 아름다운 오마주!’라고 했다. 이 소설은 기욤 뮈소가 어떤 관점으로 소설을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고, 유명 작가들이 글쓰기와 관련해 남긴 금과옥조 같은 명언들과 일화들이 다수 소개되어 흥미를 배가시킨다. 소설에서의 최고 결정권자는 작가이다. 소설에서 작가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고,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작가는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개연성이 없는 소설, 진정성이 결여된 소설은 독자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 소설은 격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맹이 쓰는 소설과 전체적인 이야기가 병치되어 전개된다. 로맹이 쓰는 소설 속의 주인공인 플로라 콘웨이 역시 작가이다.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라는 점도 유사하다. 현실 세계의 작가와 픽션 세계의 작가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인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실 세계에서 소설 속 주인공을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욤 뮈소는 이미 『종이 여자』를 통해 작가와 소설 속 여주인공이 만나 벌이는 로맨틱 판타지를 선보인 바 있다. 그 경우와는 다르지만 기욤 뮈소는 이번에도 현실 세계와 픽션 세계를 경쾌하게 넘나들며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기욤 뮈소가 인도하는 대로 픽션 세계로 향하는 거울을 통과해보면 새삼 인생은 한 편의 소설이라는 말이 진리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판타지이지만 작가와 등장인물이 만나 삶의 위기를 헤쳐 나갈 대책을 협의한다. 누구나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설을 써나가듯 치밀하고 합리적인 계획과 구상이 필요하다. 누구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인생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해법을 모색한다.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한층 더 열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책들은 과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헨리 밀러의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맹은 과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글을 써낼 수 있을까? 기욤 뮈소는 수많은 변신을 시도해왔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주로 다루다가 요즘은 스릴러 작가로 변신했고, 이제 더 깊고 풍성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되었다. 탁월한 입담과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아찔해지는 반전은 여전하다. 이 소설은 작가란 어떤 존재인지, 소설이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혹은 어떻게 수정해나갈지 상상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yes24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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