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가장비와 거위영장

튼씩이 2021. 9. 21. 17:01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여러 가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미워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요즘엔 사람이 미울 땐 욕이나 험담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우리 선조들은 이럴 때에 상대방에게 ‘놀림말’을 함으로써 마음을 풀었다. 놀림말은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놀리거나 흉을 볼 때 쓰는 말인데, 비속어나 욕설과는 달리 남을 저주하는 뜻이 없고 말 자체가 비속하지도 않으며, 언어 유희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가령, 생김새나 행동이 거친 사람을 ‘가장비’(; 장비를 닮은 사람)라고 부르거나 머리털이 부수수하게 일어선 사람은 ‘도가머리’, 그리고 재물에 인색한 사람은 ‘가린주머니’라 하는 등 대개 사람의 생김새나 성격, 특이한 습관 또는 이름으로 놀림말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놀림말 중에는 ‘거위영장’이니, ‘곧은창자’니 하는 말들도 있는데,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거위영장’은 “여위고 키가 크고 목이 긴 사람”을 놀리는 말인데, 요즘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런 체형이 옛날에는 놀림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재미있다. 그리고 ‘곧은창자’는 “음식을 먹고 바로 화장실에 가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이 또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놀림의 대상이라 할 수 없지만,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에는 큰 허물이 되었을 것 같다.

 



출처: https://www.urimal.org/742?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105] 성기지 운영위원    2015.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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