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회적 경험이 적고 자신의 얕은 지식만을 가지고 덤벼드는 사람을 가리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한다. 이 속담에는 ‘하룻강아지’가 등장하는데, 언뜻 보면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속담이라도 그렇지, 갓 태어나서 눈도 못 뜨고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강아지가 범에게 덤빌 리는 만무하다. 이 ‘하룻강아지’의 ‘하룻’은 날짜를 헤아리는 그 ‘하루’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소나 말, 개 등과 같은 가축의 나이를 ‘하릅, 이듭, 사릅, 나릅, 다습, 여습’ 들처럼 세었다. 이때의 ‘하릅’은 한 살을 뜻하므로, 한 살 먹은 개를 ‘하릅강아지’라 하였고, 이 말이 오늘날 ‘하룻강아지’로 변하여 내려온 것이다. 그러므로 '하룻강아지'는 태어난 지 하루 되는 강아지가 아니라, 이미 한 살이 된 개를 일컫는 말인 셈이다. 개는 태어나서 일 년쯤 지나면 견문은 모자라지만 힘은 넘칠 때라, 범이 얼마나 무서운 줄도 모르고 천방지축 까부는 모습이 쉽게 그려진다.
송아지나 망아지도 나이가 한 살이 되면 각각 ‘하릅송아지’, ‘하릅망아지’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해살이풀을 평안도에서는 아직도 ‘하릅나무’라고 하니, ‘하릅, 이듭(또는 ’두습‘), 사릅, 나릅, 다습, 여습’ 들과 같은 우리말들을 쉽게 잊을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문화재의 모두가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출처: https://www.urimal.org/296?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43] 성기지 운영위원 201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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