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안갚음하러 귀향합니다

튼씩이 2021. 11. 25. 12:49

“안갚음하러 귀향합니다.” 언뜻 들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빚을 갚지 않기 위해 귀향한다는 걸까? (그렇다면 문장이 잘못 되었다.) 고향의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귀향한다는 걸까? (이때에는 낱말의 철자가 틀렸다.)

 

‘앙갚음’이란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남이 자기에게 끼친 만큼 자기도 그에게 해를 입힌다.”는 뜻의 말이다. 한자말로 하면 ‘복수’이다. 가령 “그가 나를 불행에 빠뜨렸으니, 나도 앙갚음을 할 거야.”처럼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말에 앙갚음과 발음이 무척 비슷한 ‘안갚음’이라는 낱말이 있다. 빚을 갚지 않는다는 ‘안 갚음’이 아니라,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다는 참한 뜻을 가진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곧 “안갚음하러 귀향합니다.”는 부모님을 봉양하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귀향한다는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 요즘 시대의 우리에게는 순 우리말이 되레 낯설다.

 

400년 전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라는 사람이 지은 <본초강목>이란 책이 있다. 한방에서 약재나 약학을 연구하는 부문을 다룬 의학서이다. 여기에 ‘반포’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은 “까마귀가 처음 나서 어미가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를 먹여 살리고, 새끼가 자라면 그 새끼가 다시 먹이를 물어다가 어미를 60일 동안 먹여 살린다.”는 말이다. 이 ‘반포’에 들어맞는 우리말이 ‘안갚음’이다. 그래서 ‘안갚음’은 “자식이 자라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출처: https://www.urimal.org/281?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41] 성기지 운영위원     201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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