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은 지방선거를 치르는 날이다. 6월 들어 전국 곳곳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이 날에도 드문드문 투표소로 가는 길을 적실 듯하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도려냈던 진도 앞바다의 참담한 사고가 아직 수습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권력자들을 뽑아 주어야 하는 발걸음이다. 가느다란 빗줄기에도 자꾸 걸려서 발을 내딛기가 힘겹다.
비와 관련된 우리말 가운데 ‘비설거지’가 있다. 이 말은 “비가 오려고 할 때, 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을 뜻한다. “비 올 것 같다. 빨래 걷어라.” 하는 것보다 “비 올 것 같다. 비설거지해라.”고 하면, 빨래뿐 아니라 비 맞으면 안 되는 다른 물건들도 치우라는 말이 된다.
지방선거를 통해 권력을 꿈꾸는 이들이 혹시 ‘표심설거지’를 할까 염려스럽다. 지역 주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단상에 오르면 이런저런 비를 맞게 된다. 물론 가정사를 캐내는 아픈 빗방울까지도 맞을 수 있다. 부끄러운 곳을 가리고 보여주기 싫은 것을 걷어내어, 오직 득표만을 위해 표심설거지를 하는 후보들이 없기를 바란다.
출처: https://www.urimal.org/290?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42] 성기지 운영위원 201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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