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그린비와 단미

튼씩이 2021. 12. 8. 12:50

아내가 남편을 부르거나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가장 보편적인 부름말은 ‘여보’이다. 본디는 ‘여봐요’라고 불렀었는데, 한 5, 60년 전부터 이 말이 줄어든 형태인 ‘여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표준어가 되었다. 흔히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자기’, ‘오빠’, 심지어는 ‘아빠’라는 부름말을 쓰는 철없는 아내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부름말로든 가리킴말로든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오빠’나 ‘아빠’는 자기의 친정 오라버니나 친정아버지를 부르는 것인지 남편을 부르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에도 부름말을 잘 가려 써야 한다. ‘여보’, ‘여보게’, ‘임자’라는 말들이 전통적인 부름말이다. 아직도 아내를 ‘이봐’라고 부르거나, ‘야!’ 또는 ‘어이!’로 부르는 남편들이 있다면, 일단 혼인 관계를 유지할 뜻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부모에게 아내를 가리켜 말할 때에는, 아이가 있으면 아이 이름을 앞에 두어 누구 ‘어미’나 ‘어멈’이라 하고, 아이가 없으면 ‘이 사람, 그 사람, 저 사람’으로 부르면 된다. 전통적으로는 부모 앞에서 아내를 가리켜 누구 ‘엄마’라 하지 않으며, ‘집사람, 안사람, 처’라는 가리킴말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 2011년 이후 표준 화법을 보완하여 이와 같은 가리킴말들을 허용하였다.


한 50여 년 전에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길옥윤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부간의 부름말을 ‘그린비’와 ‘단미’로 지어 부른 적이 있다. (이 편지는 그 당시 길옥윤 씨가 라디오에서 소개하였었다.) ‘그린비’는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부름말로서, ‘그리운 선비’를 줄인 것이다. ‘선비’는 남자를 공손하게 부르는 말이다. 그리고 ‘단미’는 남편이 아내를 부르는 부름말인데, ‘달콤한 여자’라는 뜻이다. ‘미’는 우리말에서 여성을 뜻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이와 같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어감이 예쁜 우리말을 잘 살려 쓰면, 부부간의 금실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https://www.urimal.org/220?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29] 성기지 운영위원     2014.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