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금지법 제32조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역시 2014년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 등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게 하는 표현을 공적 영역에서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과거부터 쓰던 말이라도 그 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바뀌면 더는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 된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고정관념을 심화시키고 재생산하는 표현이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과 언론, 일상에는 버젓이 장애 차별 표현을 쓰고 있다.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장애 차별 표현
선거철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장애 차별 표현이 이어진다. 주로 상대를 비난할 때 이런 말을 쏟아낸다. 그때마다 장애인 단체가 항의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서를 내면서 정치권에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인권 단체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넣으면 잠시 잠잠하다 선거철만 되면 또다시 반복된다.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장애인 비하 발언이며, ‘꿀 먹은 벙어리’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낮추어 보는 속담이다. 이 외에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X신’ 발언, 국민의힘 부대변인의 ‘집단적 조현병’ 발언, 자유한국당 의원의 ‘정신병자’ 발언 등 정치인들의 장애 차별 망언은 계속 이어진다.
정치에 있어 언어 구사는 특히 중요하다. 사회적 의제를 주도하고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장애인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잘못된 발언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현실은 장애인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차별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정책을 말하기 전에 장애인 인권 감수성부터 먼저 키워야 할 것이다.
농담으로 사용하는 장애 차별 표현
정치인뿐만 아니라 요즘 신조어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결정 장애’, ‘선택 장애’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어떤 결정을 쉽게 못 내리고 망설이는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다. 농담하듯 가볍게 쓰는 이 표현에는 장애인은 부족하고 열등한 존재라는 시각이 담겨 있다. 또 맥락이 없이 웃길 때 ‘병맛’이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하는데, 이 또한 '병신같은 맛'의 줄임말로 장애인 차별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차별 표현은 이처럼 농담처럼 가볍게 사용된다. 물론 장애인을 비하하려고 일부러 사용하기보다는 ‘남들이 많이 써서’, ‘습관적으로’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상 속 언어에는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장애인 차별 표현에 예민해져야 한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선 늘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상에서 습관처럼 쓰는 차별과 비하 표현을 고쳐 사용하려면 일상 언어를 예민하고 낯설게 보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3640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미르 기자
'우리말을 배우자 > 한글문화연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재환의 한글 상식 - 햇빛과 햇볕 (0) | 2021.12.10 |
---|---|
설 잘 쇠세요! (0) | 2021.12.10 |
그린비와 단미 (0) | 2021.12.08 |
봄새 별고 없으신지요? (0) | 2021.12.06 |
고달픈 삶 (0) | 2021.12.05 |